지난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모습을 담은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연합뉴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압박과 제재가 중심인 조 바이든 행정부 2년간의 대북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며 적극적이고 진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1일(현지시각) 싱크탱크 스팀슨센터가 ‘바이든의 대북 정책 중간 성적표’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온라인 포럼에서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대북특사(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압박과 제재를 함께 사용해 북한을 협상에 나오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벌거벗은 채로 앉아 있는” 정책에 D학점을 매기겠다고 했다. 또 미국은 적대적 의도가 없다면서도 제재를 가하고 공격적인 연합훈련을 한다며 “그것은 매우 적대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칼린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 담당관도 바이든 행정부 첫해인 2021년에는 미사일을 거의 쏘지 않은 북한이 2022년에 달라졌다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완충 장치로서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1990년대 김일성 주석 이래의 노선을 버린 게 아닐까 우려한다고 했다. 그는 정권 교체 뒤 한국 정부의 “자극적 언사”가 북한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내놓았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외부와 차단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어떤 차이도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은 중국의 지나친 영향력에 관해 미국이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지만 지금은 미-중 경쟁 격화 속에 중국에 완전히 의존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의 분석도 비슷했다. 그는 북-미 평화협정 등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찾을 수 없다며 “미국이 군사적으로 더 강국이니까 첫발자국을 뗄 수도 있지만, 지금의 정치적 환경에서는 그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위기 고조와 북한의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도에 대응하려면 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같은 제안만 거듭할 게 아니라 곧 진지한 제안을 해야 한다”며 “이것저것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조금 더 창조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칼린 전 담당관은 “미국은 정책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며 “그래서 북한이 우리가 진지하다고 보면 그 정책을 만든 사람이 평양에 가서 ‘이게 우리의 새 정책이다’라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국무부 관리 때 제네바합의에 간여한 조엘 위트 ‘38노스’ 대표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이 합의한 신뢰 구축 조처와 관련해 “이런 합의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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