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0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비난하고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압박 동참을 요구하는 장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으나 이번에도 똑 부러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북 압박 강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미국 탓도 있다’는 중국·러시아의 입장 차이만 다시 확인했다.
20일(현지시각) 소집된 안보리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한 것을 거론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사일 시험을 두고 북한을 보호하는 국가들은 아시아 지역과 전세계를 충돌의 위험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보리의 행동 결여는 수치스러운 것 이상으로 나쁘다. 그것은 위험하다”며 “지난해 전례 없는 수준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두 상임이사국(중·러)은 북한의 셀 수 없는 위반 행위에 대해 우리를 침묵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중·러의 반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대북 규탄 안보리 의장 성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러가 지난해 5월 안보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비롯해 추가 제재에 계속 반대하지 지난해 말부터는 북한을 규탄하는 의장 성명이라도 내야 한다며 이를 추진해왔다.
중·러는 이번에도 안보리 결의 위반은 북한 만의 잘못은 아니라며 미국의 태도 전환을 요구했다. 다이빙 유엔 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제재만 추구하고 늘리는 것은 막다른 길로 이어질 뿐”이라며 “모든 당사자들이 냉정을 유지하고 자제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러시아 차석대사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만약 이행됐다면 중요한 변화로 이어졌을 (북-미 정상 외교가 진행되던) 2018~2019년 북한의 제안을 무시했다”며 “긴장 고조의 소용돌이”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뿐 아니라 북한을 자극하는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나 한-미 연합훈련도 문제라는 주장이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회의 뒤 안보리의 역할을 요구하며 미국, 한국, 일본 등 11개국이 참여한 장외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지난 주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지역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라며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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