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러와 새로운 법률적 기초 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북한을 방문할 뜻을 표했으며, 북한은 푸틴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북 외무성이 21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되면 2000년 7월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평양 정상회담 이후 24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3월17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그의 방북은 대선 이후 ‘적절한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북·러 두 나라의 급격한 접근을 두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은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공식방문(15~17일) 결과와 관련해 이날 노동신문에 실은 ‘외무상 보좌실 공보’(이하 ‘공보’)에서 “뿌찐(푸틴) 대통령 동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편리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도록 초청하신 데 대해 다시금 깊은 사의를 표하고 빠른 시일 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하려는 용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공보’는 “최상최대의 성심을 다해 (푸틴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북·러는 지난 9월 러시아 극동지역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원칙적 합의를 이룬 뒤 실무 협의를 해왔다.
북·러 관계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푸틴은 3월 대선을 치른 뒤 그리 늦지 않은 시점에 방북을 하리라 예상된다”며 “푸틴의 방북이 한반도·동북아 정세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보’는 최 외무상의 방러를 계기로 “쌍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러시아)연방 사이의 친선 협조 관계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세계건설을 추동하는 데서 강력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되고 있다는 데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로(북·러) 두 나라 관계를 전략적인 방향에서 새로운 법률적 기초에 올려세우고 전방위적으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한 실천적 문제 토의에서 일치공감과 만족한 합의를 이룩했다”고 밝혔다. 또 두 나라 관계가 “불패의 전우관계,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로 끊임없이 승화발전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법률적 기초”라는 표현에 비춰, 북·러 양자 조약 개정 문제가 협의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양국은 1961년 ‘조·소(북·소련)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맺었고, 2000년 옛 소련 해체와 한-소 수교 등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한 ‘북·러 우호친선 및 협력조약’(북·러 신조약)을 체결했다. 당시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삭제됐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북·러 밀착 흐름과 “백년대계의 전략적 관계” 등의 표현에 비춰, 군사 분야를 포함해 협력의 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리라 추정된다.
북·러는 지난해 러시아 군사대표단 방북(7월25~27일)→김 위원장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9월12~17일)→라브로프 외교장관 방북(10월18~19일)→북·러 경제공동위(11월15일, 평양)→연해주정부대표단 방북(12월11~15일), 올해 최 외무상의 방러 등 고위급 상호 방문을 통해 밀착에 급가속을 하고 있다. 1990년 9월30일 한-소 수교 이래 순탄치 않았던 북·러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넘어 ‘재동맹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강경 기조와 관련해 “핵능력을 포함해 군사력의 지속적 증강을 추구하는 체제를 책임지는 사람의 수사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북·러 두 나라의 밀착은 분명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