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일 트럼프타워에 도착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원의 기소인부절차 출석을 위해 3일 오후(현지시각)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시 당국은 지지자들의 난동 가능성에 바짝 긴장하며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도착해 트럼프타워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는 비행기 이륙 직전 “위대한 우리 나라가 지옥으로 가고 있는데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띄우며 법정 안팎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임을 예고했다.
뉴욕에 도착한 뒤엔 트럼프타워에 들어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변호팀에 검사 출신 유명 변호사를 추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후 변호인들과 법정 출석 대책을 논의했다. 트럼프타워 앞에는 “구속하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그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일 오전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나가 지문을 찍고 피고인 사진을 촬영하는 등 형식적인 체포 절차를 밟는다. 오후에는 법원에서 공소사실을 통지 받고, 인정 여부를 밝히는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한다. 이후 곧 풀려나 마러라고 리조트로 돌아간 뒤 저녁 연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태어나고 자랐으며 2019년까지 주소를 둔 뉴욕시엔 비상이 걸렸다. 2021년 1월6일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일으킨 의사당 난동 사태가 있었던 데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죽음과 파괴”를 경고했기 때문이다.
바짝 긴장한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기자회견에서 “뉴욕시는 항상 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항의 시위를 하러 온다고 밝힌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에 대해 “가짜 정보와 혐오 표현을 퍼뜨린다고 알려진” 인물이라면서 “뉴욕에 오면 신중히 행동하라”고 경고했다. 또 시 외부에서 시위를 하러 오는 이들에겐 “뉴욕은 당신들이 잘못된 분노를 터뜨리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뉴욕시 경찰국은 소속 경찰 3만5천명 전원에게 비상 대기령을 내린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네소타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폭력 사태를 우려하냐는 질문에 “난 뉴욕 경찰을 믿는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는 지난달 30일 기소 발표 직후부터 후원금 700만달러(약 91억원)가 모였다고 이날 밝혔다. 하지만, ‘정치 탄압’을 주장하며 세 결집을 시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도와 달리 미국 여론은 기소에 찬성하는 쪽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엔엔>(CNN)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48명 중 60%가 기소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렇게 답한 비율이 94%, 무당파에선 62%였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79%가 ‘잘못된 기소’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건이 미국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긍정적일 것이라는 의견과 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각각 31%로 같았다. 정치적 맥락이 기소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이들의 비율은 공화당 지지층 93%, 무당파 52%, 민주당 지지층이 25%였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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