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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도청 논란 속 폴란드 총리 “한국 포탄 우크라 제공, 바이든 직접 개입해야”

등록 2023-04-13 11:00수정 2023-04-13 20:45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1일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1일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 총리가 한국이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 문제에 대한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를 도청한 것으로 기록된 문서가 나온 가운데 폴란드가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한 압박에 가세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을 방문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전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하려면 한국의 재고를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포탄이 훨씬 많다며, 한국은 포탄 재고가 많아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자신이 몇개월간 한국과의 포탄 제공 논의에 참여했다며, 이제는 바이든 대통령의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 무기와 포탄 공급을 얘기했다”며 “하지만 미국의 개입이 없다면 이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포탄 제공을 꺼리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반응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 보장이 없다면 이것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폴란드는 한국에서 많은 무기를 사지만 한국의 합의 없이는 무기를 우크라이나로 이전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포탄을 공급하든지, 폴란드에 판 포탄 등을 우크라이나에 넘기게 합의해주도록 바이든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 신문은 미국 관리들은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에 대한 언급을 사절했다고 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내용을 도청한 것으로 기록된 기밀문서 내용이 보도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3월 초에 작성된 이 문서에는 이문희 당시 외교비서관이 김성한 당시 국가안보실장에게 미국의 포탄 제공 요구와 관련해 “미국이 최종 사용자가 되지 않을까 봐 곤란하다”며 우크라이나로 포탄이 갈 것을 우려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이 비서관이 한국 포탄을 공급하려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자, 김 실장은 155㎜ 포탄 33만발을 폴란드에 팔아 우크라이나에 우회적으로 제공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냈다고 기록돼 있다. 또 이 비서관은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없는 상태라 “(한-미) 정상 간 통화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고 나온다.

이런 보도 내용을 알고 한 것으로 보이는 모라비에츠키 총리의 발언은 미국에 한국 정부를 압박해달라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 특정 국가가 제3국의 결정 사항을 놓고 다른 국가에 공개적으로 개입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러시아한테 위협을 느끼는 폴란드는 인접국인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면서 미국 등이 제공하는 무기의 공급 통로 역할도 해왔다. 미국과 유럽 당국은 바흐무트 지역 접전 탓에 우크라이나군에 포탄이 떨어져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준비 중인 춘계 공세를 위해서도 포탄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12일에는 한국이 155㎜ 포탄 33만~50만발을 미국에 빌려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33만발은 중앙정보국 문서에서 김성한 전 실장이 폴란드를 통한 우회 제공을 거론했다는 것과 같은 수량이다. 포탄 ‘대여’는 미국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는 모양새를 취하려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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