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최대 7500달러(990만원)를 주는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차종에 모두 미국 업체들 것만 선정됐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물론 기존 보조금 지급 대상이던 일본과 독일 업체 전기차도 제외됐다.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17일(현지시각) 지난해 8월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이후 마련한 세부 지침 등을 근거로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는 16개 전기차 차종과 6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 내용을 보면, 테슬라와 지엠(GM)이 가장 큰 혜택을 본다. 판매량이 많은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의 6개 차종이 1개만 3750달러 지급 대상이고 나머지 5개는 보조금 전액인 7500달러 지급 대상이 됐다. 지엠은 저가 차량인 쉐보레 볼트, 올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및 픽업트럭이 보조금 전액 지급 대상으로 선정됐다.
또 포드는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 계열 2개 차종이 7500달러, 다른 3개 차종은 3750달러를 받는다. 캐딜락의 리릭도 7500달러 지급 대상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량도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 등 미국 업체 차종 6개만 3750~7500달러의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선정됐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차종은 예상대로 하나도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지 못했다. 현대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올해 3월부터 생산하는 GV70은 최종 생산지가 북미라는 조건을 충족했으나 배터리가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선정되지 못했다. 과거 기준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이던 일본 닛산이나 독일 폴크스바겐의 일부 전기차 차종을 비롯해 10개 차종은 새 기준 적용에 따라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한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 지침은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들 중 올해의 경우 배터리가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부품을 50% 이상 써야 3750달러를 지급하도록 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것을 40% 이상 써야 3750달러의 보조금을 주도록 했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7500달러가 지급된다. 소비자가격이 승용차는 5만5천달러 이하, 스포츠유틸리티차량·밴·픽업트럭은 8만달러 이하여야 보조금 대상이 된다.
이번 보조금 지급 대상 선정으로 미국 업체 전기차들은 미국시장에서 상당한 우위를 갖게 됐다. 미국 전기차시장 점유율이 60%가 넘는 테슬라는 저가 차량을 내놓으면서 공격적 영업을 펼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까지 이용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시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업체들만 보조금 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미국 중심의 제조업 성장이라는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2025년에 전기차를 생산할 때까지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공장 가동 준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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