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로이터 연합뉴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가 “미국은 중국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며 고위급 소통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번스 대사는 2일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화상 포럼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 정부가 더 나은 소통 채널을 갖고 이를 심화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며 “중국이 우리와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초 여름만 해도 활발하던 양국의 소통이 크게 약화됐다고 전했다.
미-중 관계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더 악화됐다. 또 지난 2월 중국 기구의 미국 영공 침범으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계획이 취소된 이래 고위급 소통이 계속 막힌 상태다. 백악관은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중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번스 대사는 이런 상황과 관련해 “적절한 방문 조건이 갖춰지면”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이 다시 잡힐 것이라며 “미국은 각료급 수준에서 보다 광범위한 교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또 “큰 문제들과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소통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번스 대사는 펠로시 전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관계가 크게 경색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도 교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중국인 유학생은 29만5천명이지만 중국에서 공부하는 미국 학생은 350명에 불과하다며 “지난 3년간 두 사회가 탈동조화를 경험했다. 이는 건전하고 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번스 대사는 미-중이 마찰을 빚는 사안들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것은 미국의 안보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를 예로 들며 “반도체는 중국의 군사·정보 분야를 강화시킬 수 있으며, 중국과 중대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그것을 원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를 놓고는 “대만해협은 중요한 해로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일본, 한국, 필리핀, 유럽연합(EU) 등이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사용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 또 펠로시 전 의장의 대만 방문, 지난달 케빈 매카시 현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회동에 대해 “하원의장이 대만 지도자를 만날 권리를 지지한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