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1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14일부터 극동 태평양 함대가 진행하고 있는 훈련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크레믈 제공
동아시아의 두 ‘약한 고리’인 한반도와 대만해협 양쪽 모두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한·미·일의 군사적 대응이 본격화되며 북한은 물론 러시아까지 나서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고, 중국은 서태평양까지 항공모함을 내보내 이·착함 훈련을 거듭했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17일(현지시각) 보도자료를 내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지난 14일부터 시행 중인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 주둔 중인 태평양함대의 불시 점검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쇼이구 장관은 이 훈련에 “2만5000명의 병력, 167척의 전함·보급함, 12척의 잠수함, 89기의 항공기·헬리콥터가 참여”해 “다양한 종류의 전력을 활용해 사격과 전술 훈련을 했다”고 보고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태평양함대가 17일 동해에서 구축함 판텔레예프 제독함과 샤포시니코프 원수함이 100㎜와 30㎜ 함포를 쏘고 카모프(Ka)-27PL 대잠 헬기와 투폴레프(Tu)-142M3 초계기 등도 투입했다고 전했다. 18일엔 함대와 해안 미사일 부대가 동시에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대잠 훈련이 진행되던 날 한·미·일은 각각 이지스 구축함을 한척씩 동해 공해상으로 보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미사일방어(MD) 훈련을 벌였다. 일본 통합막료감부도 자료를 내어 이날 3개국이 “탄도미사일 정보공유 훈련을 포함한 각종 전술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에 앞선 13일 고체엔진을 가진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쏘자 미국은 14일 한반도에 전략폭격기 B-52H를 띄워가며 북을 압박했다. 이어 한·미·일은 미국 워싱턴에서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고 미사일방어 훈련과 대잠수함전 훈련 정례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한·미·일의 군사 대응이 본격화될수록 한반도를 둘러싼 중·러의 꺼림칙한 군사적 움직임도 노골화되는 중이다.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 역시 이어졌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5일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자 중국은 8~10일 항공모함 ‘산둥’을 동원해 대만섬을 포위하는 위협훈련을 벌였다. 일본 통합막료감부는 17일 중국 해군이 7~16일 산둥에서 330여차례나 함재기·함재헬기의 이·착함 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미 제7함대는 또다시 이를 견제하기 위해 17일 구축함 밀리어스함을 투입해 대만해협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중국 동부전구는 성명을 내어 “국가의 주권과 안정 및 지역의 평화를 지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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