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군이 지난 8일 대만 해협에 나타난 중국 해군의 미사일 호위함(왼쪽 바다 끝)을 경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회담한 지 사흘 만에 중국군이 대만섬을 사면으로 포위한 채 이틀째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대만 국방부는 9일 성명을 내어 중국군이 전날에 이어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을 지속하고 있다며, 이날 오전부터 중국군 전투기(Su-30·J-11·J-16)와 조기경보기(KJ-500) 등이 대만해협에서 탐지됐다고 밝혔다. 중국군 군함 여러 척도 대만해협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된다. 대만 국방부는 오전엔 ‘8일 오전 6시부터 9일 오전 6시까지 중국군 항공기가 71회 출격했고, 중국 군함 9척이 탐지됐다’고 밝혔다.
대만을 포위하는 중국군의 군사훈련은 8일 시작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이날 “8~10일 사흘 동안 대만해협,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을 계획대로 조직한다”고 발표했다. 동부전구는 대만을 마주하는 중국 푸젠성·장쑤성·저장성 등을 관할한다. 중국 푸젠성 해사국도 7일 성명을 내어 10일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진 핑탄현 앞 대만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한다고 발표했다. 동부전구는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오늘 훈련을 통해 연합 작전 체계의 지지 아래 제해권·제공권·정보통제권 등의 장악 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훈련이 시작된 8일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투입했다고 대만 언론이 전했다. 대잠전·대함전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이 초계기는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을 돈 뒤 정오 이후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해협을 선회비행했다. 중국이 예고한 이번 훈련 내용을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중국군의 대만섬 포위 훈련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지난 5일 로스앤젤레스 회동에 대한 보복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중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차이 총통은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매카시 의장과 만났다. 매카시 의장은 현직 대만 총통이 미국 땅에서 만난 역대 가장 높은 정치 서열의 인사다.
이번 군사훈련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보다는 수위가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대만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군 전투기들이 이날 대만해협 중간선을 ‘짧은 시간’ 동안 넘었다”고 전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전연구원(INDSR) 쑤쯔윈 연구원은 중국이 8일 갑자기 군사훈련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5~7일 대만에 취한 군사 압박의 강도가 약하다는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8개월 전엔 대만 해역 6곳을 지정해 실탄 사격을 하고,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강력한 훈련을 실시했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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