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5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사이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협력이 더욱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15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의가 정례화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3국 협력이 보다 제도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화의 방식으로 “3국 정부 고위급들을 비롯한 다양한 급의 정기적 만남” 등이 합의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일은 이번에 3국 정상회의 및 안보보좌관 회의를 정례화한다는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3국 정상들은 공동성명과 별도로 ‘캠프데이비드 원칙’이라는 발표문을 통해서도 세 나라 간 협력 강화를 강조할 방침이다. 앞서 미국 언론 등은 이런 발표에 3국 정상들 간 핫라인 개설, 위기 발생 때 3국 간 협의 의무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일 협력 강화가 북한이나 동북아시아 지역을 넘어 미국의 세계 전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 지역과 세계가 지정학적 경쟁, 기후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핵 도발 등으로 시험에 든 가운데 열린다”며 “자유롭고, 열려 있으며, 번영하고, 안전하며, 회복력 있고, 연결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과 한국은 지역뿐 아니라 세계 전체에 관해서도 핵심 동맹들”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정상회의에서 북한과 중국에 대해 각각 얼마나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에는 2015~2016년 자신이 국무부 부장관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섰을 때는 북한 문제 대응에 초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북한의 도발적 행동뿐 아니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공통의 비전”으로 협력의 목적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정상회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뿐 아니라 3국이 공유하는 가치, 주권, 독립, 영토적 완전성 등 유엔헌장의 준수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15년 이후 처음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 외국 정상들을 초대해 사상 처음으로 별도 한·미·일 정상회의를 여는 이유라고 했다. 정상회의의 핵심 주제는 3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안보’를 비롯한 안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정상회의 정례화와 ‘캠프데이비드 원칙’ 등으로 한·미·일 협력의 제도화를 강조하는 것은 한-일 관계가 또다시 경색돼 3국 협력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3각 간 협력을 한·일이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하게 만드는 공동의 틀로 기능하게 하려는 의도도 묻어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정상회의가 중국 견제를 위한 협의체 쿼드(미국·인도·일본·오스트레일리아)나 안보 협력체 오커스(AUKUS, 오스트레일리아·영국·미국)에 버금가는 반중 협의체를 지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자신의 대표적 외교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한 것에 대해 “미국의 깊은 애도”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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