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머빌에서 유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자산 규모를 부풀려 사기 대출을 받았다는 이유로 뉴욕주 검찰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업 방식에 대해 법원이 ‘사기가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이 그를 ‘사기꾼’으로 공인한 셈이다.
뉴욕주 법원의 아서 잉거런 판사는 26일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 가족 기업들의 사기 대출에 대해 과징금 2억5천만달러(약 3378억원)를 매기고 이들이 뉴욕주에서 사업을 못하게 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이런 내용의 약식판결을 내놨다. 약식판결은 심리 본격화 전에 다툼의 여지가 없는 쟁점에 대한 판단을 미리 내리는 것이다.
잉거런 판사는 이런 판단에 따라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등 트럼프 전 대통령 가족 기업들의 사업 면허를 취소했다. 또 파산관재인을 지정해 관련 기업들의 해산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약식판결이기는 하지만 뉴욕주 검찰의 청구를 대폭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자녀들이 은행과 보험사를 상대로 골프장과 건물 등 부동산 가치를 22억달러(약 2조9742억원) 부풀려 금리 할인 등 우대를 받았다는 이유로 제기됐다.
잉거런 판사는 약식판결문에서 왜 트럼프 일가의 사업 방식을 사기라고 보는지 자세히 밝히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앞서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트럼프타워에 있는 아파트 면적의 경우 3배 가까이 과대평가했다고 밝혔다. 잉거런 판사는 같은 부동산 면적을 10~20% 차이나게 평가하는 것은 법률적 관점에서 선의의 범위 안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200%가 달라지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자신이 수십년간 살아온 공간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범죄 혐의로 4차례 기소됐지만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재집권이라는 목표를 향하고 있다. 내년에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스스로를 사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번 민사소송의 최종 결과에 따라서는 거액을 물어내고 자신의 사업 기반이 있는 뉴욕에서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의 변호인은 약식판결에 대해 “사실이나 법률과는 완전히 동떨어졌다”며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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