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머빌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해상 풍력터빈 때문에 고래가 죽어 나간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깨끗한 에너지를 헐뜯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집회에서 “고래들이 보트에 부딪혀 죽을 확률은 아주 낮지만 해상 풍차는 고래를 전에 본 적 없던 숫자로 죽게 한다.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영국의 가디언이 26일 보도했다.
그는 “그렇게 죽은 고래들이 해변에 떠밀려 온다”며 “우리는 이런 일을 1년에 한 번이 아니라 이제 매주 단위로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풍력발전이 고래들을 미치게 하고 약간 제정신이 아니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래의 죽음과 풍력발전 터빈의 연관성이 밝혀진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생에너지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늘어놓은 건 처음이 아니다. 그는 풍력발전 터빈에서 나는 소음이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고, 풍력발전소 구조물이 새를 모두 죽인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주장에 대해 한결같이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고래연구가인 앤드루 리드는 “트럼프가 고래와 고래의 죽음에 대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무식을 드러내고 있다”며 “풍력발전 터빈이 고래의 죽음을 일으킨다는 어떤 과학적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많은 나라에선 깨끗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해상 풍력발전을 개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새로운 구조물을 해안에 세우는 것이 고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누리집에 “해상 풍력발전 개발을 위한 특성화 연구에서 나오는 소음이 고래 죽음의 원인이라는 어떤 과학적 증거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바다를 지나치게 산업화하는 것에 대한 광범한 우려가 있지만, 고래는 항해 중인 배에 부딪히거나 고기잡이용 그물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해 질식하거나 또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는 것에 의해 주로 위협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올초 뉴욕과 뉴저지 해안에 죽은 고래떼가 밀려오면서 해상 풍력발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뉴저지에선 공화당이 해상 풍력발전이 고래 죽음의 원인이라며 건설을 막으려고 했다. 이런 논란은 또 다른 민주-공화당의 문화 전쟁일 뿐 아니라 화석연료 업체와 연계된 보수 우익들이 깨끗한 에너지의 확산을 막으려는 시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미국 해양대기청은 “좋은 뜻을 가지고 고래를 걱정하는 이들이 풍력 터빈 때문에 고래가 위험하다는 주장에 현혹되는 것은 특히 슬픈 일”이라며 “그들은 풍력에너지가 자신의 이익을 위협한다고 보는 화석연료 업계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