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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이란엔 경고, 이스라엘은 압박…미 국무장관·CIA 국장 중동행

등록 2023-11-06 11:25수정 2023-11-06 11:47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5일 바그다드에서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를 만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5일 바그다드에서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를 만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가자지구 사태를 논의하려고 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 예고 없이 이라크에 들러 이란에 대해 강한 경고를 했다.

블링컨 장관은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나는 이란과 연계된 민병대가 가하는 공격과 위협을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방어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가자지구 사태와 관련해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친이란 민병대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미군기지에 로켓 공격 등을 가하는 가운데 이란과 국경을 접한 이라크에서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17일 이후 이라크·시리아의 미군과 연합군 기지에 32차례의 공격이 가해져 미군 21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한 미국 관리는 5일에도 시리아의 미군·연합군 기지 부근에서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라크 방문 직전에는 역시 예고 없이 서안지구를 방문해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만났다. 국무부 관계자는 그가 “금요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동에서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리가 어떻게 이스라엘을 압박했는지”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블링컨 장관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를 제거한 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이곳에서도 역할을 하는 문제까지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중순 이번 사태를 논의하러 중동을 순방한 바 있는 블링컨 장관은 지난 3일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을 요구했다. 4일에는 요르단에서 요르단·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연합·카타르 외교장관을 만났다. 또 5일엔 서안지구와 이라크를 방문한 뒤 튀르키예로 향하는 등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 작전은 지원하되 민간인 살상은 최소화한다’는 미국의 구상을 관철하고 이란 등의 개입을 막기 위한 ‘숨가쁜 외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아랍 외교장관들도 블링컨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즉각 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미국의 설득은 쉽게 먹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5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중동 순방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이스라엘에서 하마스한테 붙잡힌 인질 석방과 정보 공유 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살상 확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함께 받는 미국 입장에서 공격의 강도를 조절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방문한 지역을 중앙정보국 국장이 같은 현안 때문에 다시 방문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하마스 제거’와 ‘민간인 희생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나 다급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32년 경력의 외교관 출신인 번스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곤란해 하는 국제 현안에 종종 투입돼 ‘해결사’로 불린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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