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미국 뉴욕 자유의여신상 부근에서 ‘평화를 위한 유대인들의 목소리’ 회원들이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해를 제지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국무부 직원들의 의견을 담은 문서가 공개됐다.
폴리티코는 미국이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고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내용으로 국무부 직원들이 작성한 문서를 입수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 문서는 이스라엘인 1400명을 살해한 하마스에 대한 반격은 “정당한 권리와 의무”에 해당하지만 “이 정도로 사람이 희생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공습으로 많은 어린이를 비롯한 희생자 숫자가 ‘비례성’에 크게 벗어날 정도로 불어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용인하면 “우리가 오랫동안 옹호해온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에 대한 의문을 낳게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이 문서는 또 “우리는 이스라엘이 정당한 군사적 목표에 공격을 국한하지 않는 등 국제적 기준을 위반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착촌 거주자들의 폭력과 불법적 토지 점유,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과도한 무력 사용을 이스라엘이 지지한다면 우리는 이는 미국의 가치에 어긋나므로 책임을 묻겠다고 공개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민감 정보이나 기밀은 아님’으로 분류된 이 문서는 국무부에서 반대 의견을 받는 창구인 ‘이견 채널’에 제출하는 용도로 만들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폴리티코는 중동 근무 경험이 있는 중간급 직원 2명이 작성했다는 게 내부 직원의 전언으로, 몇명이나 서명했는지 혹은 ‘이견 채널’에 제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문서는 국무부 중·하위직을 중심으로 미국 지도자들에 대한 불만이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3일에는 국무부 중동 담당 직원이 ‘엑스’(X·옛 트위터)에 “당신은 대량 학살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당신 손에 너무 많은 피가 묻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주목받았다. 지난달에는 국무부 과장이 미국이 이스라엘에 맹목적으로 무기를 대준다고 항의하며 사임했다.
하지만 미국 지도부가 이런 의견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통화에서 민간인들이 전투 지역을 벗어나고 구호품이 전달되도록 “전술적 전투 중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을 요구해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6일 방영된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부터 여기서 한 시간, 저기서 한 시간 식으로 전술적 전투 중단을 해왔다”고 말한 점을 보면 ‘전술적 전투 중단’은 상당히 협소한 개념으로 이해된다.
한편 액시오스는 지난 3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미국이 국제적 비난을 피하고 이스라엘군은 지상 작전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논리로 ‘인도주의적 전투 중단’을 설득했다고 이스라엘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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