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과 하원 군사위원회가 주한미군 병력을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국방수권법 통합 법안을 7일 발표했다.
미국의 국방 분야 예산을 망라하는 국방수권법안은 한국 안보와 관련해 “배치된 미군 약 2만8500명을 유지하고,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동원해 확장억제를 제공”하면서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2만8500명 수준 유지’는 2022·2023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도 포함된 표현이지만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줄이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으로 해석되지는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만든 2019~2021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을 일정 수준 이하로 줄이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한다며 감축을 제한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감축하기 어렵게 만든 것인데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그런 내용이 빠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나 ‘감축 제한’ 조항은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법안은 또 “4월2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 때 채택한 워싱턴선언이 강조하는 핵 억제력에 대한 조율을 심화”하라고 주문했다. 워싱턴선언이 밝힌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 강화, 이와 관련한 기획·정책·훈련 분야 공조 등을 위해 노력하라는 취지다.
법안은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준비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라는 내용도 담았다. 법률이 제정되고 180일 안에 한국군이 어떤 조건 아래에서 한-미 연합군 전작권을 인수할 수 있는지, 보고서 제출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군이 그런 조건을 얼마나 충족하는지를 국방장관이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기로 한 시점으로부터 적어도 45일 전에는 의회에 이를 통지하라고 했다. 이때 한국군의 전작권 인수 조건이 얼마나 충족됐는지, 유엔군사령부·한미연합사령부·주한미군사령부·한국군의 지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도 설명하라고 했다.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국방 예산을 전 회계연도보다 3% 증가한 8860억달러(약 1158조원)로 책정했다. 법안은 미국이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한 중국을 억제하는 데 많은 초점을 뒀다.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잠수함을 공급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오커스(오스트레일리아-영국-미국) 동맹에 대한 여러 지원이 명시되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과 군사력 강화가 강조됐다. 상·하원 군사위의 민주·공화당 지도부는 통합 법안을 발표하며 낸 성명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이란·러시아·북한으로부터 전례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며 “국가 안보를 위해 지금 행동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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