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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분열 치유 못한 브라질 폭동 1년…룰라 “용서·사면 없다”

등록 2024-01-09 18:33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8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 1년을 맞아 치른 행사에 참석한 뒤 손을 흔들며 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년 전 일어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정부기관을 습격한 폭동에 대해 “민주주의를 공격한 이들에게 용서나 사면은 없다”고 다짐했다.

룰라 대통령은 8일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폭동 발생 한돌 행사에서 “쿠데타에 돈을 대고 기획하고 실행한 자들은 모두 처벌된다는 전례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라고 쓰인 스크린이 반짝이는 단상에서 “용서나 사면은 잘못이 처벌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이는 우리나라에 대한 새로운 테러 공격의 자유 통행증처럼 보일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켰지만, 민주주의는 날마다 건설되고 보호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꼭 1년 전 폭동의 위기를 극복한 것을 축하·기념하기 위해 행정·입법·사법 3부의 핵심 인사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호드리구 파셰쿠 상원의장과 루이스 호베르투 바호주 대법원장도 짧은 연설을 통해 “(지난 폭동에) 책임 있는 이들은 정의의 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022년 10월 대선에서 패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지난해 1월8일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 의회 의사당, 대법원 청사 등에 난입해,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군대의 개입을 요구하며 기물을 때려 부수고 난동을 부렸다. 이 폭동은 경찰과 군이 투입돼 진압에 나서며 저녁이 되어서야 고삐가 잡혔다. 이 사건은 대선에서 패배한 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1년 1월6일 미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일으킨 폭동과 판박이여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브라질 검찰은 당시 폭동과 관련해 2100여명을 체포하고 1400여명을 기소했다. 이들 가운데 서른명이 대법원에서 최대 17년형을 선고받았다. 다음달에는 전직 전투경찰 고위직 인사 일곱명의 대법원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폭동의 배후에 대한 수사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폭동에 돈을 댄 재정 책임자와 관련해선 폭동 가담자들을 브라질리아로 실어 나른 버스를 동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한명을 체포하고 기소했을 뿐이다. 루시아나 산타나 알라고아스연방대학 교수(정치학)는 “사건이 1년이 지났지만 아직 당시 쿠데타의 지적 설계자가 누구이고 누가 돈을 댔는지 모르고 있다”며 “이 문제는 우리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폭동의 배후로 의심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사건 당시엔 미국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2022년 10월 대선에 대해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패배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다. 지난해 3월 귀국 뒤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폭동을 부추겼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브라질 상·하원 합동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보고서를 내어 검찰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폭동 관련 혐의로 조사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브라질은 룰라 대통령이 복귀한 뒤 1년 간 ‘글로벌 사우스’의 한 축으로 미-중 균형 외교를 추진하고 아마존 삼림 보호에 나서며 국제적 영향력을 회복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 분열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폭동에 영향을 끼쳤는지’ 묻는 물음에는 47%가 그렇다고 한 반면, 43%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도 타르시지오 지프레이타스 상파울루주 지사 등 영향력 있는 보수 정치인들이 다수 불참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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