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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무소속 샌더스 민주당 경선 자격있나?

등록 2016-02-10 19:31수정 2016-03-20 23:11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디모인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디모인 AP=연합뉴스)
조성대 교수의 미 대선 깊이 보기②

각 주마다 명문화된 규정없어 후보가능
선거인단이 치르는 본선에선 당적 필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코커스)의 박빙 승부에 이어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압도적으로 이기면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선이 한창인 현재에도 미국 상원의 홈페이지는 샌더스의 정당 소속을 여전히 ‘무소속’으로 기록하고 있다. 절차를 엄격하게 따지는 미국의 정치문화를 고려할 때 무척이나 의아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공식적으로 무소속인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뛸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19일 뉴햄프셔 투표법위원회에 고소장이 접수됐다. 내용은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샌더스는 버몬트주에서 1981년부터 8년간 4선의 벌링턴 시장, 1991년부터 16년 동안 8선의 하원의원, 2007년부터 현재까지 재선의 상원의원을 역임하면서 단 한번도 당적을 가져본 적이 없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무소속 정치를 해왔다. 심지어 2006년과 2012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해 승리하고도 본선에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고소장은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샌더스가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되지도 않았고 민주당을 위해 일하지도 않았으며 현재 민주당원으로 등록돼 있지도 않는데 어떻게 민주당 경선에 출마할 수 있냐고 말한다. 따라서 뉴햄프셔 민주당 경선에 샌더스의 이름을 올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같은 달 24일 투표법위원회는 5인 만장일치로 샌더스의 출마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미국 헌법은 연방 선거의 시기, 장소 및 방법에 대한 권한을 연방의회가 아니라 주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50개 주에서 50개의 선거법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런 연방주의의 전통은 분권화된 정당체계를 발전시켰다. 전국위원회라 불리는 중앙당은 관리조직에 지나지 않고 모든 정치는 주의 정당체계에서 이루어진다.

선거제도 역시 각 주의 정치적 전통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띤다. 대선 경선의 유형이 코커스와 프라이머리로 구분되고, 여기에 유권자의 참여조건이 개방형, 준개방형, 폐쇄형으로 구분되며, 선거 결과 대의원을 할당하는 규칙이 비례제에서 승자독식에 이르기까지 어지러울 정도이다. 심지어 후보 자격 부여도 단지 출마를 선언하는 것만으로 인정되는 주가 있는 반면에 당원 등록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주도 있다.

샌더스의 출신 주인 버몬트는 개방형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으며 투표권이나 후보자격에 따로 정당등록 절차를 두고 있지 않다. 단지 “○○당의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후보 선언’만이 요구될 뿐이다. 과거 상원의원 선거에서 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도 본선에서 무소속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후보선언의 규칙 외에 특별한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햄프셔의 프라이머리는 조금 다르다. 이곳 투표자는 “나는 ○○당의 등록된 멤버이다”는 용지에 서명해야 하거나 무당파의 경우 선언을 넘어 간단한 정당별 등록을 요구한다. 후보자 자격도 등록용지에 서명해야 인정된다.

뉴욕주처럼 폐쇄형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에 절차는 더 엄격하다. 경선에 출마하려면 정당 소속의 간부 혹은 의원이거나, 주정당위원회로부터 미리 허가를 얻어야 한다. 따라서 샌더스가 준개방형이나 폐쇄형 프라이머리를 채택한 주의 민주당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는 주장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우선 샌더스는 지난해 4월30일 다가올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11월5일 뉴햄프셔에서 정당등록 용지에 주저 없이 서명했다. 따라서 뉴햄프셔의 투표법위원회는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 뛰어드는 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던 것이다. 버몬트를 대표하는 무소속 상원의원이면서 동시에 뉴햄프셔에서는 민주당 경선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뉴욕의 경우 경선 단계에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경선 자체가 정당의 내부 행사이고 당전국위원회의 규칙이 주의 권한보다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헌법상 연방 우위의 원리가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전국위원회는 후보 자격으로 당의 노선과 이상에 맞으며 그에 공헌해야 한다는 것 외에 따로 명문화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이미 의회에서 오랜 기간 민주당에 연대해온 경력을 고려해 샌더스의 민주당 경선 출마를 인정했다. 따라서 뉴욕민주당이 그의 후보 자격을 승인하지 않으려해도 전국위원회의 판단이 우선시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그러나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에 나가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대선은 후보자가 치르는 선거가 아니라 선거인단이 치르는 선거이며, 후보자 쪽 선거인단의 경우 정당의 공식적인 허가와 서류가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뉴욕주 본선 투표용지에 민주당 후보로 기명되기 위해선 뉴욕민주당의 승인이 필요하다. 조만간 상원 홈페이지에서 그의 무소속 지위가 사라질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조성대 교수의 미 대선 깊이 보기]
①제도를 알면 대선이 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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