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까지 앞으로 100일이 남았다. 자신의 약점은 숨기는 대신 강점을 강조하며, 타인의 강점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치열한 ‘전략 경쟁’이 승부를 가를 것이다.
선거에서 표심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크게 정당, 정책, 인물 등 3가지를 든다. 양당은 지난 2주 동안의 전당대회를 통해 불완전하지만 집토끼 단속을 시도했다.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인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정책’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대 기간 동안 공화당 기조는 테러, 불법이민, 범죄로부터 공격 당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아웃사이더, 법과 질서의 수호자, 통합의 대통령으로 자신을 묘사했다. 그러나 외교적 고립주의, 불법이민자 강제 추방, 무슬림 입국거부 등 극단적인 정책은 전통적인 공화당의 노선과 어긋났고,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끝까지 지지를 거부할 정도로 당내 주류의 불신을 낳았다.
당의 분열이라는 정치적 환경은 트럼프 개인을 ‘연예 스타’로 부각시키는 인물 전략으로 연결된다. 그는 억만장자 가족들이 병풍처럼 둘러선 가운데 미국의 ‘모든’ 문제들을 오직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외쳤다. 이런 유명세 전략에 숨어 있는 트럼프의 노림수는 습관적으로 투표에 기권해왔던 중하층 백인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가난한 기권자들은 어려운 정책 쟁점보다는 ‘리얼리티 쇼’에 더 끌린다고 본 것이다. 모든 무슬림들의 입국을 막고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세울 것이라는 과장된 주장들이 화끈하고 매력적인 것을 원하는 이들을 파고들 수 있다.
트럼프의 또 다른 전략은 내부 위기를 외부의 공동의 적에 대한 공격으로 돌리는 것이다. 여기서도 정책보다는 개인적 자질이 표적이 된다. 7월 말 현재 후보가 정직하지 못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각각 67%(클린턴)와 53%(트럼프)에 이른다. 이러한 냉소적 정치환경 아래 트럼프는 ‘사기꾼’ 힐러리의 과거 각종 스캔들과 비리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클린턴의 30년간의 중앙정치 경력은 피로감을 증폭시킬 것이다. 선거를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 차악을 선택하는 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이에 비해 클린턴의 선거 전략은 ‘정책’을 통한 지지층 확대가 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퍼스트레이디, 국무장관 등 경륜과 리더십이라는 자신의 장점과 트럼프의 국정 무경험이라는 약점을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함께 하면 더 강하다”는 슬로건이 암시하듯, 클린턴은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최저임금 15달러, 공립대학 무상 등록금, 국민의료보험 확대 공약 등을 수용해 그의 지지자들을 흡수하고자 했다.
또 클린턴은 정책 영역에서 ‘자질 침범’ 전략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턴은 이미 전대에서 ‘안으로는 따뜻한 엄마, 밖으로는 엄격한 아버지’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했다. 사회와 경제 정책에서는 노동, 이민, 성소수자, 장애인 영역의 진보적 정책을 어린이와 가족이라는 키워드에 녹이면서 진보적 유권자들을 유혹했다. 반면 외교 영역에선 매파적 입장과 안정된 리더십을 강조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부터의 철수까지도 주장하는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각을 세우며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과 보수 유권자들에 손짓했다.
이러한 인물과 정책 전략이 대조를 보이는 가운데, 두 사람 모두 정당 내부의 중요한 과제를 지니고 있다. 트럼프의 경우 지지를 거부하거나 유보하고 있는 당내 주류 세력을 어떻게든 끌어안아야 한다는 큰 과제가 놓여 있다. 자칫 이들이 제3당 후보를 내세우거나 개리 존슨 자유당 후보를 지지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또한 아직도 지지를 거부하고 있는 샌더스 지지자들을 보듬어 안아야 한다.
결국, 향후 100여 일 동안 펼쳐질 선거운동의 전략적 포인트는 전통적 격식을 깨는 트럼프의 ‘인물’ 전략과 전통적 방식에 가까운 클린턴의 ‘정책’ 전략이 어떤 긴장을 유발해내며 유권자들을 달굴지, 또한 집안 내부 후유증이 어느 정도 치유될지 여부가 될 것이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