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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미국인들은 왜 아웃사이더에 열광할까?

등록 2016-02-16 20:07수정 2016-03-20 23:13

조성대 교수의 미 대선 깊이 보기 ③
양극화 심화 등 열악한 현실에 분노
실망한 기성성치 개혁에 대한 갈망
미국 뉴햄프셔주의 지난 9일 예비선거(프라이머리) 결과는 한가지 현상에 주목하게 한다. 바로 ‘아웃사이더’ 돌풍이다. 민주당에선 버니 샌더스 후보가, 그리고 공화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각각 ‘워싱턴 인사이더’인 2위 후보들을 두자릿수 격차로 승리했다.

그런데 아웃사이더 돌풍이 이번만의 특수한 현상은 아니다. 지난 40년간 대선 승자의 대부분이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규정했다. 1976년 지미 카터, 1980년 로널드 레이건, 1992년 빌 클린턴, 그리고 2000년 조지 부시까지 모두 주지사라는 정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이 워싱턴 정치를 근저로부터 개혁할 수 있는 아웃사이더라고 내세웠다. 일정하게 효과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왜 그럴까?

도널드 트럼프(왼쪽)·버니 샌더스(오른쪽).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버니 샌더스(오른쪽). 연합뉴스

우선, 대통령제는 아웃사이더들을 유혹하는 경향이 있다. 대의제의 속성상 의회와 정당은 항상 부패하며 가진자들만의 카르텔로 인식되기 쉽다. 이에 비해 대통령은 정치 실패에 가장 책임이 크지만, 동시에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존재로 간주된다.

대통령 자리는 내각제보다 아웃사이더의 표적이 되기 좋다. 내각제는 정치지도자가 정당과 의회에서 훈련돼 성장하는 체계가 엄격하게 짜여있다. 이와 달리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정당과 의회를 우회해 시민들에게 인기만 높으면 언제든지 오를 기회가 생긴다. 특히, 기성정치에 좌절하고 분노하는 시민들이 많을수록 유명세를 탄 욕망가들의 대중영합적인 행보를 유도한다.

이번 대선은 아웃사이더 현상이 유독 심한 듯하다.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대통령 후보의 가장 중요한 자질에 대해 2015년 3월의 여론은 50% 대 43%로 ‘경험과 입증된 경력’이 ‘새로운 사고와 다른 접근’을 앞질렀다. 그러나 같은해 9월의 응답은 37% 대 55%로 급격한 역전을 보였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의 밑바닥에는 경제에 대한 중산층들의 좌절과 분노가 놓여있다. 양극화의 심화, 평균임금의 감소, 교육비와 의료비의 증가 등의 열악한 환경은 전통적인 양당 지지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분노는 전혀 색이 다른 양 갈래로 표출되고 있다. 왼쪽으로는 소득불평등 해소와 보편적 복지를 내건 민주 사회주의자 샌더스에, 오른쪽으로는 국경안보 강화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의 철폐를 내건 억만장자 트럼프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났다.

양당 대표주자들에 대한 피로감은 촉매제 역할을 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젭 부시는 전형적인 워싱턴 인사이더였다. 클린턴과 부시의 경력은 두 사람을 워싱턴 기득권층으로 규정짓기 충분했고 따라서 정치사회에 대한 피로감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두 가지 점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샌더스와 트럼프가 진정한 아웃사이더인가 하는 점이다. 샌더스만 하더라도 비록 무소속이지만 25년간 연방의회의 의원이었다. 시장 경력까지 합하면 무려 33년간 선출직 정치인의 삶을 살아왔다. 트럼프 또한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명성을 떨쳐왔으며 25년간 150만달러 이상을 정치권에 기부해온 인물이다. 혹자는 이들이 워싱턴 기득권층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되묻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것은 이들이 워싱턴 주류 정치에 감염되지 않았고 또 대중들의 개혁에 대한 열망을 속 시원하게 내질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아웃사이더 돌풍이 양당체계 밖이 아니라 안에서 불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미국 정치제도는 소수의 보호보다는 다수의 지배를 더 강하게 보장하는 정치적 전통 속에 틀을 갖춰 왔다. 한 주에서라도 최다득표를 하지 못하면 선거인단 표를 한 표도 얻지 못하는 승자독식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런 제도는 제3당의 출현을 억제했다. 오히려 혁신의 바람을 내부로 견인해 당 내부에서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당 밖에서 부는 혁신적인 사조를 흡수할 수 있는 양당의 탄력성도 이런 분위기를 한몫 거들었다. 1976년 현재의 프라이머리 제도로의 개혁은 혁신 인사가 당내에서 바람을 일으키도록 만든 탄력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마지막으로 ‘아웃사이더 역설’이 있다. 결국에는 혁신적 사고보다 수권능력이 아웃사이더들의 정치적 성공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경선이 진행될수록 샌더스와 트럼프는 자신의 통치능력에 대한 수많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단순히 저항자 혹은 문제 제기자가 아니라 의회와의 협상과 타협을 통해 일을 풀어갈 수 있는 사람임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대답에 능수능란해질 무렵이면 혁신가의 이미지는 점차 엷어질 수밖에 없다. 샌더스가 경선기간 중 없을 것이라 약속했던 텔레비전 광고, 전세기 탑승, 그리고 네거티브 선거의 유혹에 벌써 넘어갔거나 흔들리고 있음은 결국 아웃사이더의 운명이 ‘이상과 수권능력’ 간의 줄타기에 달려있음을 보여준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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