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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대의원 과반 후보 없으면 ‘지명’ 못해 전당대회서 ‘비구속 대의원’ 확보 경쟁

등록 2016-04-12 19:59

조성대 교수의 미 대선 깊이 보기
⑥ 경쟁 전당대회와 룰의 전쟁
미국 대선 경선이 오는 19일 뉴욕주의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7월 공화당 전당대회가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당의 대선 경선은 유권자가 대의원을 선출한 뒤, 대의원이 전당대회장에서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간접선거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선 과정에서 과반의 대의원을 획득한 후보가 나오면 전당대회는 그를 인준하는 ‘지명 전당대회’(nominating convention)로 치러진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과반의 대의원을 얻지 못하면 전당대회는 이합집산과 규칙 변경 등 변칙이 속출하는 경쟁 전당대회로 변모한다.

경쟁 전당대회 얘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비선거 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된 1832년부터 1950년대 초까지 흔히 있던 일이었다. 특히, 승리의 요건으로 과반이 아닌 가중다수(3분의 2)를 요구했던 1932년까지의 민주당 경선에선 비일비재했다. 이 시기 미국 정치는 지역의 보스 정치로 물들어 있었고, 전당대회는 지역 보스 간 대의원 표를 거래하는 밀실 타협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흔히 ‘중재 전당대회’(brokered convention)라 불렸다. 하지만, 지역 보스의 권력과 거래의 성격이 사라지고 후보들이 더 많은 대의원을 확보하고자 각축을 벌이는 경합의 성격이 두드러진 요즘은 경쟁 전당대회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공화당에서 경쟁 전당대회 얘기가 거론되는 것은 어느 후보도 대의원의 과반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경선에서 공화당의 총 대의원수는 2472명이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대의원 수, 즉 ‘매직 넘버’는 1237명이다. 그런데 현재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는 46%의 대의원만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매직 넘버에 도달하려면 남은 경선에서 57%의 대의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이지 않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공화당이 2012년 대선 경선부터 기존 승자독식의 경선규칙를 승자독식과 승자다식, 그리고 비례제가 혼합된 규칙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승자독식제를 채택하는 주는 9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과반의 대의원을 확보하는 후보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 특히, 다수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쟁 전당대회가 치러지면 우선, 대의원들 중 ‘비구속 대의원’들에 주목해야 한다. 공화당 대의원 중 대다수는 프라이머리나 코커스(당원대회) 결과에 따라 투표해야 하는 구속 대의원이다. 이에 비해, 4.7%인 106명의 대의원은 자신의 의사대로 투표할 수 있는 비구속 대의원이다. 이들은 과반을 향한 첫번째 유혹의 대상이 된다.

둘째, 중도사퇴한 후보자가 획득한 대의원들도 구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주마다 규칙이 다르지만, 알래스카처럼 사퇴한 후보의 대의원을 득표에 비례해 다른 후보들에게 분배해주는 주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주에선 일정한 조건을 붙여 자유 투표권을 부여한다. 이번 선거에서 마코 루비오 후보가 확보한 171명의 대의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의 표만으로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면 경쟁 전당대회는 1976년 공화당 전당대회처럼 싱거운 승부로 끝난다. 하지만 승자가 나오지 않으면 본격적인 경합이 전개된다. 각 주마다 조금씩 규칙의 차이는 있지만 2차 투표에선 약 4분의 3의 대의원이 비구속으로 전환돼 자유 투표를 할 수 있다. 2차 투표에서도 과반의 승자가 나오지 않으면 비구속 대의원 비율이 더욱 확대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해 승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는 계속된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1924년 민주당 전당대회로, 무려 103번이나 투표가 이어졌다.

경쟁 전당대회가 점쳐지면서 공화당 후보들 간의 정치적 공방도 치열하다. 선두주자인 트럼프는 가장 많은 대의원을 획득한 후보가 최종 후보로 지명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규칙으론 불가능하다. 2차 투표부터는 누군가가 그의 대의원을 합법적으로 훔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2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3위인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노림수가 여기에 있다.

케이식은 넘어야할 산이 하나 더 있다. 이른바 ‘규칙 40b’로, 전당대회에서 투표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8개 주에서 1위 및 과반의 대의원을 획득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2012년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이 규칙이 이번에도 유지된다면 오하이오주에서만 승리한 케이식은 자격을 잃게 된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그런데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전당대회 운영규칙을 매번 전국위원회 산하 규칙위원회, 전당대회 산하 규칙위원회, 전당대회 대의원의 총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정한다. 따라서 케이식은 ‘규칙 40b’의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경쟁 전당대회에서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조성대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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