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행복한 세상] 창간 28돌 기획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③
윌리엄 존슨 전 로체스터 시장
착한 성장 행복한 사람들 ③
윌리엄 존슨 전 로체스터 시장
로체스터에 ‘마을을 만드는 이웃들’(Neighbors Building Neighborhood·엔비엔) 프로그램을 시작한 윌리엄 존슨(74·사진) 전 뉴욕주 로체스터 시장은 시장으로 당선되기 전에 21년 동안 시민단체 대표로 활동했다. 1994년 시장이 되자마자 추진한 엔비엔 프로그램이 즉흥적이거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시민이 정책 기획단계부터 참여하는 전례없는 실험이 시행 초기에 적지 않은 벽에 부딪힌 것도 사실이다. 존슨 전 시장은 11일(현지시각)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술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게 만들어야 했다. 사람들은 장밋빛 약속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약속을 철회하는 정치인들에 익숙해 있었다”고 말했다. 시청 안팎에서 대놓고 소리를 지르며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다. 존슨 전 시장과 시청 직원들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이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모임에 참석했다.
더 큰 장벽은 코닥 등 엔비엔에 파트너로 참여한 대기업들이었다. 코닥이나 제록스는 이미 ‘장막 뒤에서’ 시장이나 시청 간부들과 직거래를 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대기업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열린 논의의 장으로 끌어오기까지 존슨 시장을 비롯해 참모들은 설득에 설득을 거듭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킬수록 시청의 장악력과 시정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엔비엔을 추진했던 사람들은 “그 반대였다”고 잘라 말한다. 주민이 배제된 상태에서 시정 업무가 한창 진행된 뒤에 주민이나 이해관계자들이 반대하고 나설 때보다, 상황을 통제하고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훨씬 쉽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민에 의한 정책 결정 과정인 엔비엔 프로그램은 존슨 전 시장이 시장으로 취임하기 4~5년 전 겪었던 뼈아픈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가 대표로 있던 ‘로체스터 도시연맹’은 로체스터 지역의 고용과 주택, 교육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였다. 한 재단이 위기에 처한 가정의 아이들, 빈곤선 이하 주민들을 대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들에 사업자금 1000만달러(약 118억원)를 지원한다는 공고가 떴다. 존슨 전 시장은 당시 기획서를 훌륭하게 작성해 제출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이끄는 단체는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사업대상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업대상자와 ‘함께’ 기획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탈락 이유였다.
존슨 전 시장은 “그때 내가 누군가를 대변해 얘기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존슨 전 시장은 2005년 12월 말까지 4년 임기의 시장을 세 번 연속 재임했다.
로체스터/글·사진 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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