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팜비치/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처음으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생각과 비전을 정제된 표현으로 밝혔다. 회담이 무산되거나 결렬될 수도 있음을 내비치며 사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모습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 공동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도록 하기 위해 가능한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며 상당한 각오와 기대를 표시했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가 안전과 번영, 평화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날을 보고 싶다”며 “이것이 한반도 사람들의 운명이고, 오랫동안 그토록 많은 일을 겪은 한반도 사람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 ‘남북 간 종전 문제 논의를 축복한다’는 그의 발언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장기적 목표 속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행정부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의 압박 공세는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이상적으로는 세계의 모든 지역에서 핵무기를 종식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희망하고 간직해야 할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방식으로 비핵화를 달성하면 밝은 길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북한과 세계에 위대한 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진 일문일답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와 관련해 “현재 협상 중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미국 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현 중앙정보국장)가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미국인 석방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면 하지 않을 것이다. 결실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면 가지 않을 것”이라며 “회담장에서도 결실이 없으면 정중하게 회담장을 떠나 우리가 해온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뭔가는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회담 장소나 의제들 둘러싸고 유리한 협상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압박 의도임을 내비쳤다.
백악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일) 두 정상은 북한이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북-미 회담을 앞두고 목표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아베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올바른 길을 걷는다면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 기반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 길도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압박만을 강조하던 종래의 태도에서 벗어나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평양과 비무장지대(판문점)도 북-미 정상회담 장소 후보에서 배제됐다고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립적 성격에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한때 후보로 거론된 몽골도 탈락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싱가포르·베트남·스웨덴·스위스가 검토 대상이지만 북한에서 너무 먼 게 단점이며, 회담 날짜를 못박지 못하는 것은 장소 확정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도쿄/이용인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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