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손을 잡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준비를 미국 쪽에서 총괄 지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각) “한반도의 역사 경로를 바꿀 전례 없는 기회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폐쇄) 조처를 취하기 시작한 징후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나는 기회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그러한 일을 위한 시작 단계에 있고, 결과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며 이렇게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 가지는 확실하다”며 “이 행정부는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이(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때다. 나쁜 협상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폐기에 전념하고 있다”며 “지체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취임식에 참석해 “당신은 뛰어난 사람이며, 나의 절친한 친구이며, 우리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정말 당신이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어줬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취임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그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참석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를 위한 사전 조처를 하는 징후를 한·미 군당국이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쪽 정보 소식통은 3일 “핵실험장에서 그간 식별되지 않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이를 대외에 공개하기 위한 조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핵실험장 갱도에 들어가 있던 케이블(전선)이 제거되고, 갱도 입구에 작업을 위한 인력과 시설들이 식별되고 있다”며 “자세한 작업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유의미한 변화로 판단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시비에스>(CBS) 방송도 미국 정보기관을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장 갱도들에서 전선을 철거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폐쇄를 향한 첫번째 조처라고 보도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풍계리 지역에 대해서는 한·미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데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에 따른 핵 전면 폐기를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익명의 북-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한-미-일 등이 꾸준히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를 받아들이기로 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이 신문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당국자와 핵 전문가 등 3명이 지난달 말 일주일간 방북해 북한과 이런 내용을 협의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도쿄/이용인 조기원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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