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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 북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 열어뒀다

등록 2018-05-24 04:59수정 2018-05-24 12:04

“핵폐기 일괄타결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못할 물리적 이유 존재
아주 짧은 기간이 걸릴 수 있어”

북 반발 리비아 모델 선 긋고
김정은 체제 보장·경제지원 확약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다음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자신의 밑그림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강하게 거부 반응을 보였던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을 다시 한번 확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북핵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최단 기간 내 비핵화’를 강조했다. 그는 ‘비핵화 방식이 올 인 원(all in one·일괄 타결 및 이행) 방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점진적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물론 올 인 원 방식이 좋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 될까? 나는 (그래야 한다고) 완전히 확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 인 원이 상당히 바람직하다. 그런데 똑떨어지게 그렇게 할 수 없는 물리적 이유가 정말 존재한다”며 “따라서 물리적 이유 때문에 아주 짧은 기간이 걸릴 수 있으며, (그렇더라도) 그것은 본질적으로 올 인 원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행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일괄적 해법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발언은 기존의 ‘신속하고 압축적인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북핵의 방대한 규모와 검증의 복잡성으로 인해 일정 부분 단계적 이행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 타임스>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북한에 대해 요구한 ‘일거에 해결 조처’ 방식에서 한걸음 물러나 핵무기 프로그램의 단계적 폐기 가능성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해석하고 있는 ‘선 핵포기, 후 보상’ 방식의 리비아 모델과도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은 ‘신속한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신속한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제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중의 타협안에 좀더 다가선 모습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점진적·단계적 해법’을 과거 행정부의 잘못된 실수라고 비판해왔기 때문에 명시적·공개적으로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 타결을 기본으로 하되 단계적 이행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본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임에 따라 북한의 첫 가시적인 비핵화 조처와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 조처가 앞으로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신속하고 압축적인 비핵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존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조처를 북한에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북한도 이에 대응해 높은 수준의 경제적·안보적 대가를 받아내려 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도 다시 한번 약속했다. 그는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것에 대해 얘기해왔다”며 “그는 안전할 것이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은 결국 체제 보장과 관련된 것일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북한이 확신할 수 있게 체제 보장과 안전 부분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들이 (한-미 정상 간에) 있었다”고 밝혔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안전 조처’의 구체적 모습에 대해 “논란이 된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물리적으로 조치(금지)하는 것과 평화협정, 북-미 수교, 적성국교역법 폐지 등의 약속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비핵화에 대한 두번째 상응 조처라 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일본과 얘기했다”며 “세 나라가 기꺼이 도울 것이다.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아주 많은 돈을 투자해 도울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한국을 도왔다. 오랜 기간 수십억달러가 아니라 수조달러를 썼다. 한국은 가장 놀라운 나라 중 하나가 됐다”며, 북한도 한국과 “같은 민족”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이 미국의 기술 투자와 노하우가 북한인들에게 진정한 가치가 있음을 인식했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비핵화를 제대로 한다면 미국이 북한인들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줄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투자를 할 나라로 미국을 언급하지 않은 점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하게 해주면 정부개발원조(ODA) 등 국제적 투자가 가능해진다”며 “제재를 해제해 다른 나라의 투자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그들(남북)은 함께 합치게 될 것이며 ‘원 코리아’로 돌아갈 것”이라며 “두 한국이 원하기만 한다면 나는 좋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일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로 보인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김지은 노지원 기자 yyi@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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