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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미국·중남미

트럼프도 ‘6·12회담’ 공식화…북·미 어제부터 판문점 접촉

등록 2018-05-27 16:14수정 2018-05-29 00:42

북미회담 급물살

트럼프 “그것은 바뀌지 않았다”
남북회담 하루 만에 북과 협상
성 김-최선희, 통일각에서 만나

북미회담 성사까진 여전히 ‘살얼음’
‘비핵화-체제보장’ 다시 줄다리기
그래픽 정희영 기자.
그래픽 정희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24일 회담 취소 공개서한으로 궤도에서 이탈했던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북-미의 막후 실무 접촉과 주말 판문점 극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기사회생했다.

‘6월12일 회담’의 차질 없는 진행에 대해 남·북·미 정상이 한목소리로 긍정적인 신호를 발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 두 정상은 6·12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는 않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회담 개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진 것이다. 북한도 27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처음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6월12일’로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 직전인 26일(현지시각) 밤 백악관에서 베네수엘라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자국 시민과 만난 자리에서 “그것(6월12일 정상회담 개최)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논의가) 아주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논의) 장소는 여기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재추진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남·북·미 모두 정상 차원에서 판을 깰 의도가 없고, 더 나아가 성공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는 점이 재확인된 만큼, 북-미는 실무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 개최 몇개월 전부터 사전 준비를 하는 미국의 관례에 비출 때, 지금은 전례 없는 비상사태라 할 수 있다. 현재 북-미는 의제는 물론 의전·경호·동선 등 회담 실무에서도 초보적 논의에 머물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전격 취소를 선언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하기 위해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전 전격 취소를 선언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몇 개의 채널이 동시에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암시한 것처럼, 북-미 간 ‘뉴욕 채널’을 통해 일상적 업무 연락을 계속 주고받을 수 있다. 두번째는 의전·경호·이동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회담 개최다. 이와 관련해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5일 백악관 사전준비팀이 27일 싱가포르로 출발한다고 보도했다. 이 선발대는 북한 쪽과 주로 행사와 관련된 실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겨레> 취재 결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깜짝 정상회담을 한 지 하루 만인 27일부터 북-미 실무진이 판문점 북쪽 지역에서 실무회담을 진행 중이다. 6자회담 미국 쪽 수석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해졌던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이 막후 회담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 관계자들과 함께 실무회담을 진행 중이며 북쪽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회담에 참가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회담은 29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남북과 미국의 노력으로 북-미 정상회담의 불씨가 살아났지만, ‘살얼음판 국면’은 회담 당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선, 비핵화 및 상응 조처를 둘러싼 북-미 간 기싸움은 사전 논의 과정에서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또 한차례 큰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 북-미 간 신뢰가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사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먼저 확약받고 싶어 하는 북한과, 비핵화 조처를 먼저 확인하고 싶은 미국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도 이날 “(비핵화 및 상응 조처) 로드맵은 양국 간에 협의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방영된 <폭스 뉴스>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신속한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주장이 ‘신속하고 단계적인’ 주고받기로 절충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또다른 걸림돌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동 문제다. <워싱턴 포스트>는 22일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로 과연 싱가포르까지 무사히 닿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미국 쪽에 보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가 맞는다면, 이동 문제가 의외로 상당히 까다로운 쟁점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아직 공식적으로 회담 장소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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