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두고 2박3일 ‘들었다 놨다’ 수싸움
“따뜻한 성명”→“6월12일일 수 있다”→“연장될 수 있다”
이틀 동안 단계적으로 정상회담 재성사 가능성 높여
“누구나 게임을 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월12일 싱가포르 회담’ 취소 서한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지난 25일(현지시각) 오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회담 취소 서한’은 판을 정말 깨려는 목적이 아니라, ‘거래의 달인’으로 불리는 자신이 벌이는 수 싸움의 일환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24일 오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앞으로 공개 서한을 보내 회담 취소를 선언한 지 8시간 만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수뇌상봉”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하자, 25~26일 이틀에 걸쳐 회담 성사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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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오전 8시20분께 트위터를 통해 “북한으로부터 매우 따뜻하고 생산적인 성명을 받았다는 좋은 뉴스가 나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곧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볼 것이며, 길고 지속적인 번영과 행복을 가져오길 바란다. 오직 시간과 (재능만이) 이를 말해줄 것”이라고 적었다. 김 부상의 담화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이어 해군사관학교 졸업식 축사를 하기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묻자 “우리는 지금 그들(북한)과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며, 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막후 접촉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그는 이 자리에서 “그들(북한)은 그것(북-미정상회담)을 무척 원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다”며 “심지어 (6월)12일일 수도 있다”며, 서한 발표 하루 만에 예정대로 북-미 정상회담이 실시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밤엔 트위터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되살리는 문제를 놓고 북한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며 “열린다면, 같은 날짜(6월12일)에 싱가포르에서 하는 것이 유지될 것 같다”고 밝혔다. 북-미 접촉을 통해 애초 계획대로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쪽으로 의견 접근이 상당히 이뤄졌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어 “필요하다면 (회담이) 그날(12일)을 넘겨 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기간을 늘릴 수도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밤에 트위터 글을 올리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북-미 정상회담과 이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회담 연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한국시각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발표 직전에는 “그것(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검토)은 변하지 않았고, 매우 잘 진행되는 중”이라며 북-미 회담이 재성사됐음을 사실상 확인했다. <뉴욕 타임스>는 정상회담 취소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행보에 대해 “깜짝 놀랄 만하고 어질어질한 반전”이라며 북한과 ‘말 폭탄’ 전쟁을 벌인 뒤 정상회담 수락을 통해 화해 모드로 급선회했던 때(지난 3월 초)만큼이나 현란한 ‘외교적 댄스’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측근들도 북-미 정상회담 재성사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문제와 관련해 “그 회담이 6월12일 열린다면 우리는 준비돼 있을 것이고 그와 관련한 것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무슨 일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