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이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도착해 숙소인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핵심 인물로,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의 워싱턴 방문 이후 18년 만에 미국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다. 뉴욕/AP 연합뉴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 6명이 30일 오후 뉴욕에 도착해 1박2일 간의 미국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김영철 부위원장 일행이 탑승한 에어차이나 ‘CA981’편은 이날 오후 1시47분께 존 F.케네디 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항공기의 도착과 맞물려 6~7대의 검은색 세단과 경찰 차량이 계류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멀리서 목격되면서 북한 대표단이 취재진을 피해 곧바로 호텔로 이동할 거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1층 입국장 또는 2층 출국장 한쪽 편의 ‘귀빈(VIP) 통로’에선 각국의 수십명 취재진이 진을 치고 기다렸다. 하지만 30여 분 뒤 경찰 차량이 앞뒤에서 검은색 차량을 호위하는 대열로 북 대표단 일행이 계류장을 빠져나갔다.
현장에 있던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국무부 쪽과 협의해 바로 계류장에서 일행을 모시기로 했다”고 말했다. 계류장에서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은 통상 국가원수급에게 제공되는 ‘특급 의전’이란 점에서, 미 국무부가 김 부위원장의 의전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실상 ‘특사’ 자격으로 방미한 것을 감안한 조처로도 보인다.
북한 대표단은 김영철, 최강일 등 6명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유엔총회 등 다자기구 회의 참석을 제외하곤 미국 행정부가 최근 북한 인사들에게 비자를 발급한 적이 없다.
공항을 빠져나간 김 부위원장은 1시간 남짓 뒤인 오후 3시 30분께 숙소인 맨해튼 미드타운의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도착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호텔로 들어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 도착해 숙소인 호텔로 들어가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맨해튼의 모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과 만찬을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힌 뒤 31일엔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이 회담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간 31일 고위급 ‘뉴욕 협상’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순항과 성공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어 보인다.
김 부위원장 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접견이 이뤄지는지 여부다. 상호주의 원칙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게 외교 관례에 부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였던 폼페이오 장관은 두 차례 방북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접견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의 특사 지위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이는 김 부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게 자연스럽다.
공개된 일정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접견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 체류 일정을 연장하지 않는 한, 김 부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과 뉴욕 회담을 끝내고 31일 오후 4시50분에 베이징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서울~대구보다 먼 뉴욕~워싱턴 왕복 시간을 고려하면 워싱턴에 들르기가 쉽지 않다.
결국 김 부위원장을 접견할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고위급 회담에 만족할 경우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전격 초청할 수 있다. 국무부가 체류 연장과 이동 허가 조처를 취하면 된다. 나워트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것처럼 김 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왜 없느냐’는 질문에 “국무장관이 그(김 부위원장)를 뉴욕에서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결국 김 부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 여부가 이번 고위급 회담이 성공했는지를 추측할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각국 취재진들이 30일(현지시각)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의 미국입국을 기다리고 있다.
회담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으로 이동해 트럼프타워에서 김 부위원장을 만날 가능성도 있다. 적성국인 북한의 고위 당국자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트럼프타워 접견은 백악관보다는 공식성이 떨어져 부담이 덜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입성 뒤로도 트럼프타워의 66~68층에 있는 집과 사무실에 가끔 들렀다.
지금까지는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북한과의 협의 상황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 “이번주에 진행 중인 (북-미) 회담들은 확실한 진전의 신호였다”며 “대통령은 현재 진행 중인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달 12일 열리면 확실히 준비할 것이고, 어떤 이유로 그 이후에 열려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잘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시간 부족 등 기술적 이유로 다소 순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발언이다.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3개 회담을 (뉴욕,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며칠 사이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27·30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진행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회담 결과를 반영하면서 막판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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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북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방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