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7일 백악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현지시각) 백악관을 출발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를 거쳐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회담 이틀 전인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3월8일 한국 특사단이 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전격 수용하며 시작된 석달간의 드라마가 ‘해피엔딩’으로 이어질지 세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북한과 ‘국교 정상화’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싱가포르로 향하는 ‘출사표’를 던졌다. 한 시간쯤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미 정상회담 사전 브리핑을 했다. 이들의 발언을 모아 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는 ‘비핵화 및 상응 조처’의 윤곽이 어느 정도 정리된 형태로 드러난다.
이들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의 최종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시브이아이디)임을 재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과거에 얼마나 많은 부적절한 합의들이 타결됐는지 봐왔다”며 “한반도의 시브이아이디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비핵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을 (나한테) 직접 내비쳤다”, “그의 나라를 위해 시브이아이디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의 결단을 다시 촉구했다. 이 발언은 정상회담 결과에 시브이아이디를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해 북-미 간 의견이 아직 최종 조율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핵심 쟁점인 시브이아이디는 실무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기 힘든 만큼 결국 두 정상의 담판을 통해 결정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처의 두 축인 체제 ‘안전보장’과 ‘경제개발’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견해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요 관심사로 떠오른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대해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에 대한)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은 첫발자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를 위한 ‘행동 대 행동’으로 들어가기 전에 할 수 있는 ‘말 대 말’ 차원으로, 그가 북-미 정상회담을 규정하는 말로 써온 ‘과정의 시작’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미 간에 수교를 의미하는 ‘관계(국교) 정상화’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관계 정상화는 내가 기대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완결됐을 때 하기를 기대한다. 확실히 그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비핵화를 하면 ‘북한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추상적 표현을 사용했을 뿐 ‘국교 정상화’란 구체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결국 대화의 입구에서 ‘종전선언’, 비핵화가 마무리된 뒤엔 ‘국교 정상화’와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청사진을 밝힌 셈이다. 그러나 국교 정상화를 비핵화를 끝냈을 때 제공하는 상응 조처로 제시해 당장 북한에 ‘큰 당근’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상응 조처의 또 한 축인 경제개발과 관련해선 투자 여건 조성을 위한 제재 완화·해제와 한·중·일 등의 지원이 다시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그것(제재)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합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정말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합의가 된) 조건에선 (제재가) 계속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협상 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제재 완화·해제를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 대해 “한번 만남으로 위대한 성공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해야 한다며 단계적 접근을 시사했고, 신뢰 구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회담이 잘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회담이 잘된다면 (초청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김정은)가 매우 호의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 회담 장소와 관련해 “아마도 우리는 백악관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라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제의할 가능성도 있어, 평양과 워싱턴 방문 순서와 시기도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8일 북-미 정상회담 준비와 관련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0일 창이 국제공항으로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9일 캐나다를 출발해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공식 회담 개시일인 12일 전에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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