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 여론 반박 정면돌파
“김정은과 전화소통 가능”…‘핫라인’ 합의 시사
“김정은 많은 것 줘…내가 한 것은 만난 것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안팎의 비난 여론을 적극 반박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각) 공개된 주례연설을 통해 “평화를 위한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끔찍한 핵 충돌의 위협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해야 할 많은 일이 있지만, 평화는 항상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가 없었다면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뜻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 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는 민주당 및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내용은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과정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수일, 수주, 수개월 안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핵화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직접 북한과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 간 직접 소통 채널을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의 날’인 17일 무엇을 할 계획이냐는 <폭스 뉴스> 진행자의 질문에 “일을 할 것이다. 북한에 전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북한에 있는 누구와 전화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북한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북한에 있는 나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나는 이제 그(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전화를 걸어서 ‘우리,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나는 그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줬다”며 “그도 어려움이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얻어낸 것이 없다는 비판에도 적극 대응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이 우리에게 많은 걸 줬다. 7개월간 미사일 시험과 발사가 없었고, 8개월 반 동안 핵실험도 없었다.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도 없었다”며 “그들(북한)은 우리에게 위대한 영웅(한국전쟁 미군 실종자)들의 유해도 돌려줬다”고 말했다. 또 “내가 한 유일한 일은 (김 위원장을) 만난 것뿐”이라며 “만남은 좋은 것이다.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제안했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나의 제안이었다. 나는 그것들을 워게임(war games)이라고 부른다. 내가 (백악관에) 들어온 날부터 싫어했다. ‘왜 (비용을) 보상받지 못하느냐’고 말해왔다”고 답변했다. 또 “(북한과) 협상을 하면서 훈련하는 것은 나쁘기 때문에 중단하려는 것이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나는 돈을 절약했다”고 강조했다. 훈련 중단을 자신이 먼저 제안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는 북한 주장과는 엇갈린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합의에 대한 열정을 표시하고, 여당인 공화당에서 더욱 단단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 데 대해 불평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황준범 기자 yyi@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냉전해체 프로젝트 ‘이구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