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오는 5일 3차 북한행을 앞두고 국무부가 공개적으로 북한에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며칠 전 ‘1년 비핵화’를 언급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반박하는 듯한 모양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일부 인사들이 시간표를 제시한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것(비핵화)에 대해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1일 <시비에스>(CBS) 방송에 출연해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1년 안에 실제로 해체하는 방법을 놓고 북한과 논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냐, 아니면 방북을 앞둔 폼페이오 장관한테 강경한 협상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나워트 대변인의 발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대북 협상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국무부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북 협상을 총괄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국무부가 볼턴 보좌관을 견제하는 것 아니냐는 풀이도 가능하다.
한편 나워트 대변인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과 관련해 “최소한 하루 반나절 정도의 회담이 계획돼 있다”며 “(정확한 것은) 계획표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을 놓고 북한과 눈을 크게 뜨고 대화 및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논의할 게 굉장이 많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사전 협의 과정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의 의제가 딱히 정해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일단 북-미 양쪽이 원하는 것들을 모두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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