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시간표를 정해두고 있지 않다며 협상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을 연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북한과의 협상에) 시간 제한이 없다. 속도 제한도 없다. 과정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6일에 한 미-러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북한과 북한이 가진 핵무기의 제거 필요성이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과의) 관계는 아주 좋다”며 “논의가 진행 중이고 아주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제재가 유지되고 있고 인질도 돌아왔다. 지난 9개월 동안 (핵) 실험도 로켓 발사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도 ‘김정은이 정상회담 뒤에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북핵 문제는 수십년간 계속돼온 것이지만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막후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2년 반 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안에 ‘신속하고도 중대한’ 북한의 비핵화 조처를 끌어내겠다고 밝힌 점에 비춰보면, 최근 이런 언급들은 이례적이다. 우선 현재의 협상 속도로 미뤄볼 때 애초 목표 시점으로 정한 ‘2년 반’ 동안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발언에는 목표 시한을 공개적으로 설정해 여론의 기대치를 높였다가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정치적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라는 ‘최소 목표’를 달성한데다가 대북 제재가 계속 유지되고 있어 ‘시간은 미국 편’이라는 전략적 인식이 작용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인내심이 부족하기로 유명한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인내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러시아는 (북핵 제거에 대한) 지지를 약속했다”며 “푸틴 대통령도 100% 동의했고, ‘러시아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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