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의 프랑스 대사관 밖에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하메이니 최고지도자 풍자 만화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이란 강경파들이 최고지도자를 비판한 프랑스 주간지의 풍자만화를 비난하며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는 등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란 정부는 해를 넘겨 계속되는 자국 내 반정부 시위의 배후에 서방이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8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신학교 학생 등 이란 내 강경파 수백명은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만화를 비판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프랑스 국기를 불태우고 “프랑스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인 하메이니의 사진을 들고 있기도 했다.
<샤를리 에브도>는 하메이니를 주제로 한 풍자만화 경연을 열고 당선된 일부 작품을 4일 게재했다. 피에 빠진 하메이니가 얼굴의 일부분만 내놓고 교수형 밧줄에 손을 뻗거나, 하메이니가 착용한 터번이 여성의 긴 머리카락과 연결돼 있고 하메이니는 여성이 들고 있는 가위를 잡으려고 하는 그림 등이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프랑스는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다른 무슬림 국가의 존엄성을 모욕할 권리가 없다”며 “이란은 프랑스 출판물의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비판하는 프랑스 정부의 설명과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매체 등에 따르면 일부 성직자들은 이란 종교 교육의 중심지인 콤에서도 비슷한 시위를 열었다.
<에이피>는 “프랑스 대사관 밖에서 여는 시위는 자신들의 지지층을 움직이려는 이란 통치자들의 시도에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슬람 통치 체제에 도전하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어느덧 해를 넘긴 가운데, 최고지도자를 비판한 프랑스 만화를 빌미로 지지층의 행동을 끌어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히잡 의문사로 시작된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해 집권층은 배후에 서방이 있다는 주장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모함마드 마바게르 칼리바프 국회의장은 8일 <샤를리 에브도> 풍자만화를 이란의 반정부 “폭동”을 확산시키려는 서방의 음모와 연관 지었다.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도 “이란의 혼란과 불안을 위한 음모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그들(서방)이 느끼는 좌절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란 당국은 지난 7일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 가운데서도,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지 민병대원을 살해한 혐의로 반정부 시위 참가자 2명에 대한 사형을 추가로 집행했다. 같은 날, 하메이니는 이란 경찰 수장을 교체하고 경찰 조직 능력 향상을 주문하기도 했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이란의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5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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