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틀 연속 이뤄진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1일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건물 잔해 위에 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자발리야 난민촌에 이틀 연속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1천여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된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난민촌에 대한 이러한 “비례성에 어긋난 공격은 ‘전쟁 범죄’(war crimes)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이스라엘은 공격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하마스는 보복을 다짐했다.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각)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성명을 인용해 이틀째 계속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최소 195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실종됐으며, 77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이곳에 첫 공습을 퍼부었고, 하루 뒤인 1일 다시 맹폭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무려 11만6천여명이 난민으로 등록된 자발리야 난민촌은 아수라장이 됐다. 가자지구 내 인도네시아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아티프 카흘루트는 시엔엔(CNN)에 거듭된 공습으로 1일 현재 80여개의 주검이 실려왔고, 건물 잔해에 깔린 더 많은 주검이 수습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자 대부분이 아동과 여성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과 1일 이뤄진 자발리야 난민촌에 대한 공격이 정당한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소장)은 1일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크게 확대된 지상작전을 이어가고 있다”며 “테러리스트(하마스 전사)들이 우리 군에게 공격을 가한 자발리야의 건물 주변에서 지난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투를 통해 하마스의 자발리야 대대 사령관 이브라힘 비아리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2일엔 대전차 미사일 부대 수장 무함마드 아사르의 제거 사실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2일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자발리야 난민촌 공격과 관련해 다양한 자료를 쏟아내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이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서부 자발리야 지역의 항공 사진을 보면, 하마스의 군사기지가 학교·모스크·병원 등 민간 시설에 딱 붙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가리 대변인도 전날 “비아리는 난민촌 내부에서 사살됐고, 같은 장소에 수십명의 테러리스트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주민들이 여전히 그 지역에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 지역 내 하마스의 활동은 이스라엘군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현재 “지상전은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선제적 계획, 정교한 정보, 육·해·공 합동 공격 등으로 우리 군은 가자지구 북쪽에서 하마스의 방어 전선을 깨뜨렸다”고 자축했다. 이스라엘군의 지상작전이 확대되며 가자지구 내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참극이 되풀이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자발리야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자발리야 난민 캠프 공습은 그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수와 파괴 규모를 고려할 때, 전쟁 범죄에 해당될 수 있는 비례성에 어긋난 불균형적인 공격”이라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보복을 다짐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가지 하마드 하마스 정치위원이 레바논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를 인용해 “이스라엘에 가르침을 줘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두번이든 세번이든 할 것이다. ‘아크사의 홍수 작전’(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첫번째였으며,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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