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25일(현지시각)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 헤이즐우드 발전소에서 굴뚝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빅토리아/AP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속도를 낸다.
27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보다 43% 줄이는 내용 등을 담은 일명 ‘세이프가드 메커니즘’(보호 장치) 법안이 오스트레일리아 하원을 통과했다.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오스트레일리아의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7월1일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법안은 연간 1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관들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상위 215개 기관은 2030년까지 매년 배출량을 4.9%씩 줄여야 한다. 점진적으로 배출량을 줄여 2050년까지 탄소 중립(넷 제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목표다.
만약 배출 한도를 지키지 않을 경우 청정에너지규제청(CER)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제재 기준에 따라 벌금을 내더라도 배출량 기준을 맞추기 위한 개선을 병행해야 하고, 규정을 지키지 않는 곳은 민사적 추가 제재도 가능하다.
반대로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남는 배출량은 크레딧(배출권) 형태로 거래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멘트·철강·알루미늄 등 탄소배출량이 높은 산업의 온실가스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 2억66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크리스 보웬 오스트레일리아 에너지장관은 “2030년까지 2억50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것이며, 이는 같은 기간에 전국의 자동차 3분의 2가 도로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법안은 보수당이 집권하던 2016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하지만 배출량 제한 규정이 느슨한 탓에 주요 온실가스 배출 기관들은 오히려 배출량을 늘릴 수 있었다. 지난 정부는 2030년까지 2005년 배출량 대비 26∼28% 정도를 줄이는 방안을 내놨는데 이보다 높은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우며 집권에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 강한 규제를 요구해 온 녹색당의 지지를 끌어냈다.
다만 야당과 업계 등은 세이프가드 메커니즘 법안이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제를 흔들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광물위원회는 “유의하지 않는다면 오스트레일리아의 몇몇 시설들은 문을 닫을 것”이라며 “경제에 손상을 끼치고 수만개의 지역 일자리와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잃을 뿐 아니라 여건이 좋지 않은 다른 나라에 감축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지난 10년간 기후 대응에 속도를 내지 않았으나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기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지난해 동부 해안의 홍수로 20여명이 숨졌고, 2019말과 2020년 초에는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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