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싱가포르의 한 주택가에서 보건 당국자들이 방역을 위해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방역 체계가 철저한 싱가포르에서 151명이나 감염이 확인되는 등 지카 바이러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1일 감염자 수를 확인하고, 이 가운데 두번째 임산부 감염자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선 지난달 27일 처음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불과 닷새만에 감염자 수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싱가포르는 현재 지카 바이러스가 활발히 전염되는 곳으로 보고된 유일한 아시아 국가다. 우수한 방역체계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다른 아시아 국가로의 전염과 확산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가 외국인 방문이 많은 동남아 허브 지역임을 감안하면, 다른 곳으로의 확산이 더욱 우려된다.
싱가포르 정부는 앞서 보고된 115명의 감염자 중 절반은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외국인이며, 대부분 치료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싱가포르에서의 감염자 다수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이들 출신 국가에선 이미 지카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싱가포르 글레니글스 병원의 감염병 전문가인 왕신예 박사는 “지카에 감염돼도 80%는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이런 무증상 감염자가 ‘조용한 전파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카 바이러스에 전 세계 인구의 26억명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의학 저널인 <랜셋 감염병>은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26억명 주민이 지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과학자들의 논문을 게재했다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런던위생열대의학연구소, 옥스퍼드대, 토론토대 등의 연구진들은 이 논문에서 지카 바이러스는 예방, 탐지, 대응하기 힘든 환경에 사는 수많은 주민들이 살고 있고,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주민들이 감염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