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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링링 베이징] 선수단 맞이한 건, 마스크 뚫고 들어온 소독약 냄새였다

등록 2022-02-02 10:31수정 2022-02-03 02:30

서우두국제공항, 마치 오래전 멈춘 듯한 풍경 보여
‘방역 만리장성’ 세운 베이징…참가자 외부 접촉 불가
방역복을 입은 올림픽 지원인력이 1월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방역복을 입은 올림픽 지원인력이 1월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을 지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링링은 ‘청량하다, 시원하다’는 뜻의 중국말로, 소리가 깨끗하게 잘 들리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동음이의어 가운데는 ‘춥다, 얼음이 두껍게 얼다’라는 뜻의 말도 있습니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부터 올림픽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까지, 베이징 현장에서 생생하게 전하겠습니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을 닷새 앞둔 1월30일, 대한민국 선수단 선발대와 올림픽 기자단 일부가 도착한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이들을 처음 맞은 건 방역복으로 온몸을 꽁꽁 싸맨 올림픽 지원인력들이었다. 대부분이 올림픽 유니폼을 입고, 일부 직원은 마스크를 코 밑으로 살짝 내리기도 했던 지난여름 도쿄올림픽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압도감이 느껴졌다. 일반 승객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어, 마치 오래전 운영을 멈춘 공항에 착륙한 듯한 기분도 들었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지원인력이 1월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프랑스 선수단 관계자들을 맞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지원인력이 1월3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프랑스 선수단 관계자들을 맞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지원인력들이 지난해 7월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 내린 올림픽 관계자들을 맞고 있다. 베이징과 달리 평상복에 가까운 올림픽 유니폼 차림이다. 도쿄/이준희 기자
2020 도쿄올림픽 지원인력들이 지난해 7월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 내린 올림픽 관계자들을 맞고 있다. 베이징과 달리 평상복에 가까운 올림픽 유니폼 차림이다. 도쿄/이준희 기자

팬데믹 시대 올림픽을 가장 실감하게 한 건, 마스크도 뚫고 들어오는 지독한 소독약 냄새였다. 곳곳에 소독약 통이 보였고, 셔틀버스 좌석엔 소독약 흔적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버스에 오른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24)은 “이거 소독약 냄새냐”라며 얼굴을 찌푸렸다. 출국 전 이미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마쳤지만, 다시 한 번 검사를 받았다. 코를 통해 ‘쑥’ 들어온 면봉은 목젖까지 닿을 듯했다. 곳곳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올림픽은 그렇게 숨 쉴 틈도 없이 코를 찌르며 다가왔다.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셔틀버스 좌석에 남은 소독약 흔적들. 베이징/이준희 기자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셔틀버스 좌석에 남은 소독약 흔적들. 베이징/이준희 기자

입국 절차를 마친 이들은 각자 정해진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은 철조망 등으로 완전히 봉쇄됐고, 검은색 제복을 입은 베이징 공안이 출입을 통제했다.

기자가 묵는 호텔에는 10명 넘는 공안이 상주한다. 이들은 로비를 오가는 출입자 신체와 소지품 등을 검사한다. 중국은 이런 철저한 감시 속에 이번 대회를 이른바 ‘폐쇄 루프’로 치른다. 모든 대회 참가자는 올림픽 기간 내내 외부와 어떤 접촉도 할 수 없다. 오로지 올림픽 시설과 호텔만 오가야 한다. 중국 정부는 참가자가 매일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호텔에 개별 진료소까지 설치했다.

방역 직원이 1월31일 베이징 스징산구에 위치한 호텔 내 코로나19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방역 직원이 1월31일 베이징 스징산구에 위치한 호텔 내 코로나19 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이런 분리 대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프로농구(NBA)가 포스트시즌을 치르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했고, 도쿄올림픽 때도 ‘버블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조처를 했다. 하지만 베이징에선 그 규모와 수준이 다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선 호텔이나 경기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폐쇄 루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절(2월1일)에도 이들은 집에 가지 못한 채 호텔에 묵었다. 정확한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일 이뤄지는 코로나19 테스트 검사 결과(1월31일 기준 4만1810회)를 보면 폐쇄 루프 안에 약 4만명이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대규모 방역이 베이징에선 현실이 된 셈이다.

다만 아직 변수는 있다. 이번 대회가 유관중으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두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수석국장은 1일 “중국 내 초청 관객으로 경기장 35∼50%를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관중과 대회 참가자를 분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폐쇄 루프 내 확진자 증가 속도가 가파른 점도 부담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2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 개막 전 3주 동안 발생한 확진자(121명)보다 많은 수다.

중국 공안이 1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베이징 국립경기장 게이트를 지키고 서 있다. 옆으로 폐쇄 루프(Closed Loop)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중국 공안이 1일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베이징 국립경기장 게이트를 지키고 서 있다. 옆으로 폐쇄 루프(Closed Loop)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베이징/연합뉴스

일각에선 폐쇄 루프가 언론 취재 활동 등을 제한하는 지나친 조처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이 위구르·티베트 문제나 시민사회 탄압 등 인권 관련 취재를 막기 위해 방역을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도쿄 대회 때와 비슷한 방역 수준을 원했지만, 중국 쪽이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일 이런 비판에 대해 “서구가 음모론을 통해 중국을 해석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며 “중국 방역 정책은 중국인뿐 아니라 선수와 모든 참가자를 보호한다”고 했다.

베이징/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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