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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해방구 만든 4인방…“민주선거 통해 관리 견제해야”

등록 2012-02-26 20:03수정 2012-02-26 22:23

마을 원로 린쭈롼 시위 주도
‘젊은 농민’ 차이예펑·장젠싱
국내외 취재진 도와 언론보도
16살 우지진은 웨이보 생중계
① 우칸촌의 작은 혁명

궁금했다. 중국 남부 바닷가의 작은 마을 우칸을 ‘승리’로 이끈 힘은 무엇일까?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서 답은 분명해졌다. 주민들은 “한국에서 처음 찾아온 기자를 환영한다”며 기자를 오토바이에 태워 마을 곳곳을 안내하고 열정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국내외에서 찾아오는 취재진과 민주화 인사 등을 통해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부에 전하고 있었다. 우칸의 농민들은 뛰어난 ‘전략가’로 거듭나 있었다.

시위의 지도자는 마을 원로인 린쭈롼(67)이다. 한때 인민해방군 병사였던 그는 지난해 마을 광장에 가득 모인 주민들 앞에서 “우칸 인민은 이미 깨어났다. 끝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시위가 과열되자 당국은 그를 수배했으나 결국 광둥성의 2인자 주밍궈 부서기가 12월 말 마을에 와 그와 협상을 벌였다. 당국은 시위 주도자였던 그를 우칸촌의 최고지도자인 당서기로 임명했다.

지난 21일 밤 만난 린쭈롼 서기는 “성 정부에서 우리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촌민들의 요구가 합리적, 합법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선거를 통해 촌민들의 지지를 받는 마을대표와 촌위원회를 선출하는 것은 토지 문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민주선거가 우칸촌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했다. “좋은 견제제도를 만들어 감시하지 않으면 부정부패는 일어나기 마련이기에 민주선거를 통해 관리들을 견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21일 광둥성 우칸촌에서 주민들이 우칸 지도를 보면서 토지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불법 매각된 토지를 확인하기 위해 젊은 주민들이 구글어스 등을 이용해 우칸 토지 지도를 직접 만들었다.
지난 21일 광둥성 우칸촌에서 주민들이 우칸 지도를 보면서 토지 문제를 얘기하고 있다. 불법 매각된 토지를 확인하기 위해 젊은 주민들이 구글어스 등을 이용해 우칸 토지 지도를 직접 만들었다.

우칸 시위의 성공 비결에 대해선 “마을 주민들의 단결과 젊은이들의 지혜, 국내외 언론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들은 탐관오리들 때문에 너무 큰 피해를 입은 데 대한 분노로 단결했고, 단결했기 때문에 힘이 생겼다”고 했다.


토지 문제로 넘어가자 그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졌다. “오랜 시간에 걸쳐 복잡하게 토지 매각이 이뤄졌고 탐관오리들이 서로 얽혀 불법을 저질렀기 때문에 이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했다.

젊은 세대의 시위 지도부인 차이예펑(30)과 장젠싱(20)은 ‘우칸의 외교장관’과 ‘우칸의 대변인’으로 불린다. 지난해 9월 시위가 시작된 뒤 이들은 상황을 외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공안이 마을을 포위하고 도로를 봉쇄하자, 기자들이 산을 넘거나 배를 타고 마을로 잠입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마을 집 한채에 프레스센터도 만들었다. 정부가 거짓 발표를 할 때마다 촌민들이 휴대전화 등으로 찍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웨이보에 올려 진상을 밝혔다. 시위 과정을 담은 <우칸, 우칸>이라는 다큐멘터리도 만들었다. 앳된 얼굴의 장젠싱은 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 아이패드를 들고 현장을 누볐다. 차이예펑은 토지 문제가 잘 해결되고 나면 “우칸의 경험을 남길 수 있는 기념관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지에 나가 농민공으로 일하거나 장사를 하면서 외부세계에 눈떴던 젊은 세대의 경험은 시위 과정에서 큰 힘이 됐다.

중국 웨이보에서 ‘지징’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우지진(16)은 시위 상황을 웨이보를 통해 중국 전역에 ‘생중계’했다. “지난해 9월 공안들이 마을에 돌아와 주민들을 구타할 때 공안에 쫓겨다니다 분노한 심정으로 웨이보에 마을 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효과가 클 줄 몰랐는데 많은 이들이 내가 전하는 우칸 소식을 기다리는 것을 알고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우칸/글·사진 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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