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던 중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 뒤)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상원의장 겸직) 등 참석자들의 박수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 정상회담을 동시에 언급하면서, 2월 말 북-미와 미-중의 ‘그랜드 딜’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각) 국정연설을 앞두고 방송사 앵커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이달 말 해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의 구체적 날짜와 장소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는 기회에 시 주석도 만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회담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미-중 정상회담 논의도 함께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달 31일 미국을 방문한 류허 부총리 등 중국 무역협상단이 이달 말 중국 하이난섬에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중이 27~28일 베트남 다낭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전제로, 같은 날짜에 이뤄질 북-미 정상회담도 다낭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미-중은 우선 무역협상을 매듭짓기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합의한 ‘90일 휴전’의 시한(3월1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지난달 30~31일 고위급협상 뒤 미국 쪽 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아직 일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다음주 초 베이징으로 가 고위급협상을 이어간다.
한반도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지는 현재로서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언론 보도로 볼 때 미-중 정상회담은 시공간적으로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전부터 올해 1월까지 4차례 시 주석을 만나 북-미 협상을 논의하고 공동 대응을 조율했다. 중국은 한편으로 북핵 문제를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중국은 한국전쟁 종전선언에도 자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시 주석의 ‘합류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시 주석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면, 그동안 북한의 ‘배경’으로 역할을 해온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서는 게 된다.
북-중-미가 무역과 핵 협상 문제로 얽힌 상황에서 이달 말 베트남에서 ‘일괄 타결’이 시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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