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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 외무 “미국, 우크라 평화 구축에 관심 없다”

등록 2022-09-22 15:01수정 2022-09-22 18:24

유엔 총회 참석 계기 미 언론 인터뷰
“러시아 패배 목표한 워싱턴과 정상적 소통 불가”
“무역서 미국 달러 비중 줄이고 자국통화 사용할 것”
77차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77차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궁지에 몰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평화협상이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또 현재 유럽이 겪고 있는 에너지 위기가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제77차 유엔 총회에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1일치 <뉴스위크>와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구축하는 데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3월 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상호 합의에 가까워졌을 때 (미국이 우크라이나 평화 구축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 이미 분명해졌다”며 합의가 이뤄지려 하자 “미국과 영국이 겁에 질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추가적인 대화를 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 이후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협상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인터뷰 내내 미국에 대한 적대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미-러 관계에 대해서도 “대화는 사실상 미국 때문에 얼어붙었다. 러시아의 패배를 목표로 선언한 워싱턴과 정상적인 소통을 하는 게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미국이 중단한 전략적 안정 및 군비 통제에 관한 협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역적 갈등에 대한 실질적 상호작용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6년이면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미-러가 배치한 핵탄두 수를 1550개로 제한하기로 한 협정)이 만료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미-러가 각을 세우면서 새 협정 체결에 대한 협의는 중단됐다.

나아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대러 경제제대에 대해선 “실패”했을 뿐 아니라 “양날의 검”이 됐다고 말했다. 제재의 여파로 러시아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급격히 줄이며 “여러 유럽 국가에서 에너지 부족과 사회적 격변의 위협이 나타날 뿐 아니라 물가가 오르고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의 고통에 대해 “이는 지배 엘리트의 반러시아 정책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러시아가 에너지를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공급한 덕에 유럽의 경제가 번영했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러시아가 선택한 게 아니다. 서방이 스스로 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한다면 우리가 막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가 유라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 나아가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독립국가연합(CIS),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 참여국과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친구들과 함께 상호 무역에서 미국 달러 비중을 줄이고, 상호 결제를 할 때 자국 통화를 사용할 것이다. 러시아가 어떤 제재 압력도 견뎌내리라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러시아 외교 정책에서 절대적인 우선 순위다”며 “두 나라 관계는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이며 국제 환경의 변동성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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