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영국 런던 다우닝가에 도착한 모습. AP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새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가 소득세 기본세율을 낮추고, 법인세를 인상하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등 ‘감세’에 초점을 맞춘 새 예산안을 공개했다. ‘1972년 이후 최대 감세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야당에서는 “부유한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 (비비시) 등 외신은 쿼지 콰텡 재무장관이 23일(현지시각) 하원에서 “높은 세율이 노동 의욕과 투자 동기를 약화시켜 영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감세’를 앞세운 ‘미니 예산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영국 정부의 발표를 보면 새 정부는 소득세 기본세율을 2023년 4월부터 19%로 1%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15만 파운드(약 2억4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적용되는 최고 세율은 현행 45%에서 내년 4월부터 40%로 내린다. 계획을 1년 앞당긴 것이다.
현재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은 집값이 12만5000파운드(약 2억원) 이상일 경우 인지세를 내야 하지만, 영국 새 정부의 이날 결정에 따라 앞으로는 그 기준이 25만 파운드(약 4억원)로 2배 올라간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경우 현재는 집값이 30만 파운드(약 4억7000만원) 이상일 때부터 인지세를 내야 하지만, 이 기준도 42만5000파운드(약 6억6000만원)로 올라 현재보다 완화된다.
법인세 인상 계획은 폐지된다. 애초 영국 정부는 법인세를 기존 19%에서 25%로 올리려고 했지만 이러한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급여 수준의 2배까지로 제한됐던 은행원 상여금 상한선도 없어진다. 지난 4월부터 영국 노동자들은 국민보험료를 1.25%를 추가 부담해왔지만 11월6일부터는 이러한 조치도 폐지된다.
폴 존슨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 소장은 “1972년 이후 가장 큰 감세 정책”이라며 “우리가 이 정도 규모의 감세 정책을 본 것은 반세기만”이라고 평가했다. 야당은 곧바로 이날 정부의 결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레이첼 리브스 의원은 이러한 보수당의 계획이 “이미 부유한 사람들에게 보상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물가 상승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영국 정부는 향후 여섯달 동안 일반 가정과 기업에 지원할 에너지 요금 보조금 몫으로 600억 파운드(약 94조원)를 책정했다. 2020년 폐지했던 해외 관광객 면세 쇼핑도 재개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