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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를 부러뜨려…엘리자베스 2세의 70년 재위 끝 알려

등록 2022-09-19 20:22수정 2022-09-20 09:41

웨스트민스터 사원서 장례식
가족 예식 뒤 필립공 곁으로
지난 70년 동안 영국과 영욕을 함께했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주검을 실은 관이 19일(현지시각) 오전 장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여왕의 뒤로 국왕 찰스 3세, 왕비 커밀라, 앤 공주 등 왕실 가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왕은 이곳에서 결혼했고, 여왕으로 즉위했으며,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됐다. 여왕의 관은 이날 저녁 윈저성 안의 세인트 조지 예배당 지하 영묘에 먼저 잠든 남편 필립 공 옆에 놓였다. 런던/AP 연합뉴스
지난 70년 동안 영국과 영욕을 함께했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주검을 실은 관이 19일(현지시각) 오전 장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여왕의 뒤로 국왕 찰스 3세, 왕비 커밀라, 앤 공주 등 왕실 가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여왕은 이곳에서 결혼했고, 여왕으로 즉위했으며, 세상과 작별을 고하게 됐다. 여왕의 관은 이날 저녁 윈저성 안의 세인트 조지 예배당 지하 영묘에 먼저 잠든 남편 필립 공 옆에 놓였다. 런던/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는 교회 종소리가 96차례 울려 퍼졌다. 여왕의 생애를 상징하는 종소리는 장례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가 되기 96분 전부터 매분 울려 도시를 가득 채웠다.

오전 10시42분. 무려 70년7개월에 이르는 재위를 마친 뒤 8일 영면에 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주검을 실은 관이 엿새 동안 머무르던 웨스트민스터 홀의 관대에서 들어 올려졌다. 여왕을 상징하는 제국 왕관, 국왕의 상징인 홀(sceptre)과 보주(orb)가 올려진 여왕의 관이 왕립 해군 수병 142명이 이끄는 총기 마차에 실렸다. 관 꼭대기에는 찰스 3세 국왕의 요청에 따라 여왕의 결혼식 부케에 있던 것과 같은 종류의 꽃과 식물도 함께 놓였다. 스코틀랜드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 연주가 시작됐고, 여왕은 직선거리로 150m 정도 떨어진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11시. 세계 200여개국이 지켜보는 가운데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여왕의 장례식이 시작됐다. 찰스 3세 국왕을 비롯한 왕실 일가가 사원 안으로 아주 천천히 들어서는 여왕의 관 뒤를 따랐다. 1947년 ‘젊은 여왕’은 이곳에서 남편 필립 공과 결혼했고, 1953년 대관식을 치렀다. 여왕을 마주한 조문객들은 모두 일어나 첫번째 찬송 ‘주님, 주님께서 주신 날이 끝났습니다’를 함께 불렀다. 왕비 커밀라는 눈물을 훔쳤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데이비드 호일 사제가 장례를 집전했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설교에서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여왕이 전한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다시 전했다. 6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총리가 성경을 읽었다. 이날 장례에선 75년 전 여왕이 필립 공과 결혼식에서 부른 찬송가가 다시 불렸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각)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됐다. 조문객들 사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왼쪽 가운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앞줄에 앉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눈에 띈다. 런던/AP 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각) 오전 11시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엄수됐다. 조문객들 사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왼쪽 가운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통령 앞줄에 앉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눈에 띈다. 런던/AP 연합뉴스

장례식을 마친 뒤 오전 11시57분께부터 여왕을 위한 2분 동안의 묵념이 이어졌다. 사원은 물론 거리에서, 영국 전역에서 장례를 지켜보던 이들이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96년 동안 격동의 시대를 살며 영국과 운명을 함께한 여왕 그 자체가 곧 영국이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국가 제창을 끝으로 장례 종료를 알리는 파이프 소리가 울렸다.

낮 12시19분. 여왕의 관은 버킹엄궁을 지나 하이드파크 인근에 있는 웰링턴 아치까지 천천히 이동했다. 따듯하게 내려 쬐는 햇살에 관 위에 놓인 여왕의 왕관이 반짝였다. 시민들은 여왕의 장례 행렬로 통제된 도로 옆에 설치된 철제 방어벽 뒤에서 여왕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1분에 한번씩 런던의 상징 빅벤이 울렸다. 하이드파크에서는 예포가 쏘아 올려졌다. 오후 1시 반을 조금 지나 여왕의 관은 운구차에 옮겨져 윈저성으로 출발했다.

윈저성 안 세인트 조지 예배당에서는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 예식이 치러진다. 모든 장례 행사가 끝난 뒤엔 여왕의 의전장이 지팡이를 부러뜨리며 여왕에 대한 오랜 복무를 마쳤음을 알린다. 이는 곧 여왕의 치세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여왕은 예배당 지하 묘역에 먼저 잠들었던 남편 필립 공과 다시 만난다. 부부는 예배당 한쪽에 자리한 ‘조지 6세 기념 예배당’(King George VI memorial chapel)에 함께 묻힌다. 여왕의 대리석 석판에는 ‘엘리자베스 2세 1926-2022’라는 글자가 적힌다.

이날 장례식에는 한·미 정상 등 전세계에서 모인 500여명의 정상급 인사가 참여했다. 영국 언론들은 장례식이 열린 사원 주변에 100만여명에 이르는 인파가 모였다고 전했다.

19일(현지시각) 오전 10시50분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왕립 해군 수병 142명이 이끄는 총기 마차에 실려 장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국 시민들은 주검이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14일부터 이날 아침까지 13시간 넘게 줄을 서가며 70년 동안 조국을 위해 헌신한 여왕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오전 10시50분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이 왕립 해군 수병 142명이 이끄는 총기 마차에 실려 장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국 시민들은 주검이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된 14일부터 이날 아침까지 13시간 넘게 줄을 서가며 70년 동안 조국을 위해 헌신한 여왕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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