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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 시작…미국 “무책임한 행동” 비판

등록 2023-05-26 15:46수정 2023-05-27 02:30

벨라루스 대통령 “푸틴, 관련 법령 서명”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5일 모스크바에서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25일 모스크바에서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방 국가인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를 시작했다. 러시아가 외국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은 1991년 12월 소련 붕괴 이후 처음이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이전 배치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고 알려왔다”며 “핵무기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핵무기를 얼마나 배치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25일 벨라루스에 자국의 전술핵 무기를 배치하기로 두 나라가 합의했다고 발표했었다. 그는 7월까지 벨라루스에 핵무기 저장고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술핵무기는 대도시 등 광범한 지역을 공격하는 데 쓰이는 전략핵무기와 달리, 전장에서 적군 또는 적군의 무기를 파괴하는 등의 제한적 목표를 위한 핵무기다. 러시아는 현재 2천기 정도의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보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빅토르 크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자국 수도 민스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만나 “비전략 핵무기 배치는 비우호적인 국가들의 공격적 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500㎞에 이르는 이동식 유도 미사일이다. 쇼이구 장관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서부 국경에서 위협이 극도로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군사·핵 영역을 통한 대응에 나서기 위해 (전술핵 배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미국은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 등 5개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강하게 비판했다.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이 조처는 러시아가 1년 전 우크라이나를 전면적으로 침공한 이후 우리가 또다시 목격하게 되는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의 사례”라며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를 분쟁에 사용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의 전략적 핵 태세를 조정할 이유가 없고,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는 기미도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을 덧붙인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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