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자신의 용병들과 대화하고 있다. 바흐무트/UPI 연합뉴스
약 10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을 벌여온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이 25일(현지시각)부터 이 지역을 러시아 정규군에 넘겨주기 시작했다.
바그너그룹 설립자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서 “오는 오전부터 6월1일까지 부대 대부분을 후방으로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필요하면 바그너그룹 병사들이 이 도시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그너그룹은 지난해 8월부터 이 도시를 향한 공격의 선봉에 나서 지난 20일 점령에 성공했다. 프리고진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용병 1만명과 러시아 정규군 1만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을 통해 바그너그룹이 도시 외곽 지역을 정규군에게 넘겨줬지만 시내엔 여전히 이들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방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전술핵 배치를 시작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이전 배치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고 알려왔다”며 “핵무기 이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종류의 핵무기를 얼마나 배치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25일 벨라루스에 자국의 전술핵 무기를 배치하기로 두 나라가 합의했다고 발표했었다.
빅토르 크레닌 벨라루스 국방장관은 수도 민스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만나 “비전략 핵무기 배치는 비우호적인 국가들의 공격적 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500㎞에 이르는 이동식 유도 미사일이다. 쇼이구 장관도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서부 국경에서 위협이 극도로 빠르게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군사·핵 영역을 통한 대응에 나서기 위해 (전술핵 배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봄철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남부 자포리자주의 드니프로강 주변에선 러시아가 댐 관리를 부실하게 해 물난리가 발생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통신은 드니프로강 유역의 카호우카 저수지의 수위가 지난 2월 말부터 꾸준히 높아져 최근에는 강변 지역 주민들의 주거지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중부를 거쳐 흑해로 들어가는 드니프로강에는 모두 6개의 댐이 있다. 이 가운데 하구 쪽에 위치한 노바카호우카댐이 러시아군의 통제를 받고 있다. 통신은 최근 주변 지역에서 큰 비가 온 데다가 눈도 녹아 수량이 늘었는데도, 러시아가 수문을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댐의 운영사인 우크르히드로에네르고는 현재 자신들의 댐 접근이 차단된 상태여서 러시아군이 댐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두 나라는 상대방 군이 이 댐을 공격해 ‘물폭탄’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서로 비난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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