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의 사회민주당(SD) 대표인 로베르트 피초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1일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당사에서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9월 총선 승리로 새로 출범한 새 슬로바키아 정부가 전임 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안을 폐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거부한 첫 사례다.
로베르토 피초 총리가 이끄는 슬로바키아 정부는 8일 각료회의를 열어 이렇게 최종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정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이날 폐기한 우크라이나 지원안에는 KUB 대공 미사일 140발, 125㎜ 포탄 5천발, 탄약 400만발 등 4300만달러(562억원) 규모의 무기 제공이 포함되어 있었다.
슬로바키아의 이번 결정이 당장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길어지면서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첫 거부 결정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슬로바키아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던 나라였다. 전임 중도 우파 정부는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미그-29 전투기와 S-300 방공미사일시스템 등 모두 6억7100만 유로(9407억원)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상황은 지난 9월 30일 총선에서 피초 총리가 이끄는 진보성향의 사회민주당(SD)이 승리하면서 극적으로 바뀌었다. 피초 총리는 선거 기간에도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겠다”며 “유럽연합(EU)은 무기 제공자에서 피스 메이커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슬로바키아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취소 결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별 사안에 대해 언급하진 않겠다”고 전제한 뒤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하는 게 나토 회원국들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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