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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유명 감독 성폭력 의혹·반여성적 시 논란…독일도 ‘미투’ 열기

등록 2018-02-06 14:58수정 2018-02-06 20:55

여배우들 “감독이 호텔 방에서 성폭력”
유명 텔레비전 영화감독 순식간에 추락
‘여성과 꽃’ 소재 시 철거 논란까지
디터 베델 감독. 사진 출처: 디 벨트
디터 베델 감독. 사진 출처: 디 벨트
독일에도 ‘미투 운동’의 불길이 번졌다. ‘독일판 와인스틴 사건’이 불거진 가운데 원로 시인의 짧은 시를 놓고 철거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간 <디 차이트>는 최근 유명 텔레비전 영화감독 디터 베델(76)이 1980~90년대에 여배우와 부하 직원 여러 명에게 성폭행 등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호텔 방에서 오디션을 보다가 성폭행당했다는 주장 등은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로 ‘미투 운동’을 촉발한 하비 와인스틴의 사례와 비슷하다. 뮌헨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천재 감독으로 추앙받으며 인기 텔레비전 영화로 성공 가도를 달린 베델은 최근까지 유명 연극 페스티벌의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성폭력에 무심한 문화를 질타하며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간 <슈피겔>은 베델에게 피해를 입은 여배우들에 관한 언론의 보도 양에 비해 연대의 목소리는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 카타리나 발리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은 “누구에게나 무죄 추정 원칙은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입장을 밝히는 목소리가 많지 않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침묵의 카르텔이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서정시 한 편을 두고 여성주의와 예술의 자유에 관한 논쟁이 불거졌다. 스위스 시인 오이겐 곰링거(93)가 쓴 ‘길’이 대상이다. “길/ 길과 꽃/ 꽃/ 꽃과 여자들/ 길/ 길과 여자들/ 길과 꽃과 여자들과/ 숭배자 하나”가 내용의 전부다. 베를린의 알리스 잘로몬대 건물 벽에 스페인어로 새겨진 이 시를 학생회가 반여성적이라는 이유로 비난하자, 학교 쪽이 시를 지우기로 했다. 여성을 시인의 영감을 자극하는 대상으로만 이용한다는 게 비난의 이유다.

이 시를 쓴 곰링거는 “예술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반발했다. 모니카 그뤼터스 문화부 장관도 “기함할 만한 문화 야만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학 단체 ‘시를 위한 집’은 알리스 잘로몬대와의 협력 관계를 끊겠다고 밝혔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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