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가 3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세계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쏘아 올린 경쟁적인 금리 인상과 각국 정부의 ‘돈을 푸는’ 정책이 함께 나오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3일(현지시각)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뒤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재정정책이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일치할 때 글로벌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경제정책의 두 가지 축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현재 일부 국가에서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통화정책의 경우, 미국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고 있어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긴축 기조를 밟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재정 면에서는 높아진 에너지 가격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의 완화적 정책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이 최근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와 맞지 않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시장 혼란을 불렀다. 이 예산안에는 세금을 줄이는 한편 에너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는 재정을 풀겠다고 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이 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시장 혼란에 당황한 영국 정부는 3일 예산안의 일부인 고소득층 최고세율 인하 결정을 뒤집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모든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재정정책이 통화정책의 목표와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이 제동을 거는데 재정정책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혼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특히 저소득층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고하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라고 말했다.
다만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정책 일치로 경기침체를 피하더라도 “내년에는 불황에 빠지는 나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경쟁을 촉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대해서는 “정책에 있어서 아주 신중해야 한다”며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염두에 둬야 한다. 책임이 아주 높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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