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기술자가 2023년 9월 1일 케냐 나이로비의 건물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살펴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석유, 천연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2030년쯤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다봤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4일 낸 ‘2023년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 이렇게 예측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전면적인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30년이 되면 전기 자동차가 지금보다 10배 많아지고, 태양광·풍력·수력 발전 등 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현재 30%에서 50%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전기 난방 기구가 천연 가스나 석유를 이용한 난방 시설보다 더 많이 팔리고 해상 풍력발전에 대한 투자가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 투자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2030년 이후 30여년 동안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요가 지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큰 변동없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선진국에서 이들 화석연료의 수요는 줄어들지만, 개발도상국에선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다만, 가장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은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은 전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막을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이런 국제에너지기구의 전망에 대해 석유업계는 매우 불확실한 예측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런 전망이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져 자칫 에너지 부족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수출국기구는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석유와 천연가스의 수요는 2045년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을 바 있다.
사실 글로벌 에너지 수요 전망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16년 중국의 석탄 수요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가 이후 수요 증가로 체면을 구긴 적이 있다. 또 태양광 발전 같은 기술의 성장 속도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가 나중에 수정한 전례도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세계의 에너지 미래에서 중국의 역할이 높게 평가됐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 석탄 수요의 절반을 차지했고, 석유 소비 증가량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의 철강 및 시멘트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화석연료 소비도 더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됐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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