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최저법인세 제안을 지지하고 나선 아마존의 제프 베이저스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법인세 하한선을 설정하는 ‘글로벌 최저법인세’의 원칙 합의에 접근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미국의 글로벌 최저법인세 제안을 지지하면서 주요 국가들이 그 원칙 합의에 근접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유럽은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의 거대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유럽 각국의 디지털세 과세를 글로벌 최저법인세 합의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그 동안 이를 반대하던 미국이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글로벌 최저법인세가 도입되면, 과세를 회피하려고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를 찾아다니던 다국적 기업들에 과세하는 데 있어서 혁명적인 조처가 될 전망이다.
이 신문은 주요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의 논의가 수년간 교착 상태에 빠져있었으나, 최근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국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를 찾아다니며 세금 납부를 최소화하고 이익을 빼돌리는 것을 어렵게 하기 위해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검토해왔다.
프랑스와 독일 재무장관은 6일 “미국이 그 동안 반대하던 구글 등 자국의 거대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과세를 지지하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월 거대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과세를 조건으로 한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던 미국의 기존 입장을 철회한 바 있다. 이어 5일에는 직접 글로벌 최저법인세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 국가들은 6일 이 제안을 지지하면서도, “미국의 이런 야심적인 계획은 거대 하이테크 기업들의 글로벌 수익에 대한 과세를 동반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우리가 디지털 경제에 대한 더 나은 과세와 함께 기업에 대한 최저세율을 위한 국제적 틀과 관련해 올해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도 글로벌 최저법인세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환영하면서 “우리는 올 여름 경제협력개발기구 차원에서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과세를 놓고 재닛 옐런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영국 재무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차원에서 지지를 표명하면서 “대형 디지털 기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나라에서 세금을 내게 하고, 그 수익을 재분배하는 것이 영국의 초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거대 하이테크 기업에 대한 과세는 글로법 최저법인세 도입의 최대 이슈지만, 미국의 반대가 완강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국제적인 합의가 나올 때까지, 임시적인 디지털세를 도입한 상황이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기타 고피나스는 이날 “우리는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 설정을 아주 찬성한다”고 말했다. 또 빅토르 가스파르 국제통화기금 재정국장은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 가능성이 이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 조심스럽게 타결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는 “이 협상에서 미국의 입장 변화는 결정적인 사태 전개”라며 “법인세를 바닥으로까지 끌고가는 경쟁을 끝낼 가능성이 높은 사태 전개”라고 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2조3천억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개선 경기부양안을 내놓으면서, 재원 방안으로 증세를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법인세를 21%에서 28%로 올리는 한편, 미국 기업의 해외수익에 대해서도 21% 최저세율을 공약한 바 있다.
그 동안 낮은 세금납부 실적으로 비판받아온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6일 “미국의 인프라에 대담한 투자를 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우선순위를 지지한다”며 “우리는 법인세율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재계는 법인세 인상에 크게 반발한다. 미국 기업들을 해외로 이탈하게 하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주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부작용과 반발을 막기 위해 글로벌 최저법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저세율은 21%로 상정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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