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타주 사우스솔트레이크에서 3일(현지시각) 한 어린이가 아버지에게 안긴 채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우스솔트레이크/AP 연합뉴스
미국에서 5~11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3일(현지시각) 본격 시작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늘은 미국의 부모와 가정, 아동들에게 위대한 날”이라며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는 길로 빠르게 나아갈 거대한 걸음을 시작했다. 보건 당국이 몇 개월 동안 독립적으로 엄격한 과학적 검토를 거쳐 아동에 대한 백신 접종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29일 5~11살에 대한 화이자 백신 긴급 사용을 승인했고, 2일엔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백신 접종 권고안을 승인했다. 2800만명에 이르는 5~11살 어린이 접종이 시작됨에 따라 미국 인구의 약 94%가 백신 접종 대상이 됐다.
각 지역의 소아과 의원과 병원 등에서는 축제 분위기 속에 접종이 시작됐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백신 접종 센터들은 동물 모양 풍선 등으로 치장한 채 어린이들을 맞았으며, 어린이들에게 색칠 공책 등의 선물을 주기도 했다. 애틀랜타주의 일부 백신 접종 센터 앞에서는 날이 밝기 전부터 접종을 기다리는 차량들이 줄을 섰다. 코네티컷주의 한 병원은 2일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권고안 발표와 거의 동시에 어린이 7명에게 백신을 접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소아과 의사들은 초기엔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백신 접종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보건 당국은 곧 관심이 시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비영리 보건 연구 기관인 케이에프에프(KFF)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설문조사를 보면, 5∼11살 자녀를 둔 부모 가운데 백신을 곧바로 맞히겠다고 답한 이는 전체의 27%에 그쳤다. 이는 한 달 전 조사 때보다 7%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응답자의 30%는 자녀에게 백신을 절대 맞히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76%는 장기적인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시엔엔>(CNN) 방송에 나와 자신의 자녀들이 5∼11살이라면 틀림없이 백신을 맞힐 것이라며 부모들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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