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11일(현지시각) 알려졌다. 사진은 대우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연합뉴스
유럽연합(EU) 독점 규제 당국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불허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11일(현지시각) 잇따라 보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례적으로 2년 넘게 두 회사의 합병을 검토한 유럽연합 당국이 며칠 안에 합병 불허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이는 두 회사의 합병이 거부됐다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를 확인해준 것이다.
유럽연합이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하기로 최종 확정하면, 2019년에 발표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다른 나라의 심사 결과와 무관하게 무산된다. 두 기업 합병 심사를 맡은 6개국 중 중국, 싱가포르, 카자흐스탄은 이미 합병을 승인한 반면, 유럽연합, 한국, 일본의 승인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럽연합 소식통들은 유럽의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공급에 악영향을 끼칠 거라는 우려가 특히 높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는 전세계 액화천연가스 선박 시장의 3분의 2 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앞서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럽연합 규제 당국이 두 회사의 합병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한 관리는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하면 유럽 소비자들이 액화천연가스를 더 비싸게 구입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두 회사가 지난해 전 세계의 신규 발주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75척 중 45척을 수주하는 등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일정 기간 동안 선박 가격을 올리지 않고 일부 기술을 한국 내 다른 업체에 제공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정도로는 반독점 문제가 해소될 수 없다고 유럽연합은 판단했다. 한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제기한 다른 문제점들을 해소할 방안을 현대중공업이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유럽연합 규제 당국은 2019년 연말 두 회사의 합병 심사를 개시했으나, 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여러차례 중단한 바 있다. 현재 확정된 심사 기한은 오는 20일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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